<사설>끝내 노골적 코드化로 개편 완료된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축으로 한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법률의 위헌심판, 대통령 등 고위 공무원 탄핵,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정당의 해산, 국가기관 간 권한 쟁의, 기본권 보호와 관련된 헌법소원 등 국가 체제와 직결된 판결을 내린다. 게다가 단심(單審)으로 끝난다. 그만큼 헌법재판관들의 헌법 수호 의지와 역량이 중요하다. 지난 30년 동안 헌재는 꾸준히 발전해왔으며,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재판관의 변화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헌재 구성의 다양성 원칙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편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나이와 성별, 출신지가 다양성을 담보하진 못한다. 문 대통령은 내달 퇴임하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후임으로 문형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20일 지명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 취임 이후 8명이 바뀌게 되며, 문 대통령의 지명도 완료됐다. 이들은 청문회만 거칠 뿐, 임명 동의는 필요 없기 때문에 국회 평가와 무관하게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재판관 9명 중 5명이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 된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좌편향 우려 때문이었다. 개헌 실패를 헌법재판을 통해 구현하려 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헌재 및 대법원 구성 권한이 문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그렇더라도 진정한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았다. 대법관의 경우에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노정희·박정화 대법관 등 특정 그룹 출신이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헌재가 앞으로 어떤 판결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노골적 코드화(化)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