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직→임시직→실직… 고령자 일자리도 찬바람

- 노인인력개발원 보고서

최저임금·주52시간 직격탄
작년이후 청년보다 실직 증가
기업들 “고령층 생산성 낮다”
임시직 전환하거나 채용 꺼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일자리의 양적 확대가 중요한 과제가 됐지만,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최근 급격한 변화가 가뜩이나 불안정한 고령층 노동시장에 찬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변화로 인해 노인 입장에서는 상용직에서 임시근로자로 전환되는 경우는 물론 아예 실직하는 노인이 늘어났으며, 기업들도 인건비 부담 등으로 고령자의 채용부터 줄이는 경향을 보이는 상황이다. 25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한국노동경제학회에 연구 의뢰한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노인일자리 창출방안 연구’(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금재호 한국과학기술교육대 교수, 정예성·정덕성 성균관대 HRD센터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2018년 전후 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공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노인 채용 줄이는 기업=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대응방안으로 근로시간과 채용 규모를 줄였다. 올해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인건비 절감(33.1%)’ ‘신규 채용 축소(25.8%)’ 등이 많았다. 내년도 대응 계획으로는 근로시간 단축(36.5%), 근로시간 유연화(25.1%) 등을 예고했다. 고령층 노동 공급 증가가 예상되지만, 추가 인력을 채용했거나 채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체의 비중은 47.8%에 불과했다. 이조차도 청년 신규채용이 대부분이고 ‘정년퇴직자의 재고용(실질 정년의 연장)’은 9.4%에 그쳤다. 대부분 올해와 앞으로 3년간 고령근로자의 고용이 줄어든다고 응답했다. 60세 이상 근로자 비중이 줄어든다고 응답한 기업 중 과반수가 인건비 부담의 증가를 이유로 꼽았으며, 경영상 가장 부담되는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40.4%)’이 가장 높았다.

◇실직 늘어나는 노인=현재 실직 중인 노인 가운데 일을 그만둔 시기가 ‘1년 미만’인 노인은 2015년 17.2%, 2016년 16.7%, 2017년 5월 이전 16.8%였지만, 노동시장이 변한 뒤인 2018년 5월에는 18.2%로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또 근로시간별로도 주 3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와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가 증가했다. 고령층을 1인 이상 채용하고 있는 기업 203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고령근로자에 대한 인식과 현황을 설문한 결과, 고령층의 다른 연령층 대비 생산성 및 임금 생산성이 대체로 낮다고 인식했다.

◇전문가 ‘탄력 운용해야’=연구진이 12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들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고령 근로자에 의존해왔던 중소기업마저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고령 근로자의 채용을 축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안으로 최저임금에 대해선 ‘연령별 차등적용(8표)’을 제안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12명은 윤희숙(KDI 국제정책대학원), 권순원(숙명여대 경영학과), 박지순(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덕일(김&장), 우광호(김&장), 김진하(서울연구원), 이인재(인천대), 정한나(한국고용정보원), 박종길(한국기술교육대), 백원영(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홍광표(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봉주(서울대 사회학과) 등이다. 그 외 산입범위 조정, 주휴수당 폐지, 직역별·업종별 차등적용 등의 소수 의견이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예외 특례사업장 확대(5표)’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 확대(4표)’ 등을 제안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