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눈치보느라… 수도권매립 대체지 발표 미적

환경부-서울·경기·인천 3곳
후보지 선정 용역 끝내고도
해당지역 반발 의식해 ‘함구’
생뚱맞게 희망지 공모검토도

시민단체 “혼란만 가중될것”
기존 매립지 포화상태 우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와 폐기물을 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인천 서구 백석동)를 대체할 후보지 선정을 놓고 또다시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환경부와 이들 3개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대체 후보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끝내고도 후보지 지역 주민의 반발을 의식해 용역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의 조기 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해 대체 후보지 용역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인천시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1992년부터 폐기물 반입을 시작한 수도권매립지(1685만㎡)는 2016년 12월 31일부로 매립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대체 매립지가 없다는 이유로 사용 기한을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환경부와 3개 시·도는 대체 매립지 선정을 위한 공동연구 용역에 착수해 지난 19일 용역 업체로부터 최종보고서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용역 결과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친 채 아직 공개시점과 방식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용역 결과와 별개로 희망지를 공모해 인센티브를 주려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 대체 후보지로 서울을 제외한 인천과 경기지역 서해안에 3곳 이상 후보지가 물망에 올라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대체 매립지 선정 문제가 정치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4일 성명을 통해 “대체 매립지 선정을 위한 객관적 근거가 될 용역 결과를 비밀에 부친 채 생뚱맞게 희망지 공모 얘기가 나오는 것은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치권을 의식해 후보지에 대한 발표 시점을 연기할 경우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며 용역 결과에 대한 즉각적인 공개를 요구했다. 실제 지난 20일에는 인천의 한 곳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는 일부 언론보도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인천시를 항의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도 후보지 발표 지연에 따른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도 수도권매립지에 하루 평균 1만3000여t의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어 조기 포화가 우려되는 데다, 대체 매립지가 정해져도 현재 매립지 폐쇄까지 남은 6년여 동안 대체 매립지 조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김용식 인천서구발전협의회 회장은 “20년 넘게 악취와 분진 등 환경 피해를 본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정부와 지자체 모두 대체매립지 선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