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다시 檢으로… 5년만에 세번째 수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뒤 23일 새벽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천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MBC 화면 캡처

檢진상조사단, 재수사 요청
특임검사·특검 등 형식 고민

특수강간 혐의 입증 난항에
특가법상 뇌물적용도 어려움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식 재수사가 임박했다. 2013년, 2014년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결론 난 지 5년 만에 세 번째 수사 착수다. 향후 수사 형식과 혐의 적용을 두고 검찰의 고민이 깊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조사단)이 25일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회)에 건의한 중간 보고서에는 김 전 차관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과 뇌물 혐의를 우선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받은 위원회가 재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후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하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문제는 수사의 형식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특임검사, 특별검사, 검찰 자체 수사 등 다양한 수사 형식을 두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모습이다. 김 전 차관이 현직 검사가 아닌 만큼 엄격하게 적용하면 특임검사 수사 대상은 아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강도 높은 수사를 할 수 있는 특별검사 임명도 검토할 수 있지만, 여야가 각 2명씩 총 4명을 추천해야 하는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같은 당 곽상도 의원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권에서 추천위 구성에 협조할 가능성은 작다. 검찰 자체 수사는 ‘셀프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에 검사장급 검사를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혐의 입증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조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해 특수강간 혐의가 있다고 봤지만, 입증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 소속 검사가 법무부에 보낸 김 전 차관의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에는 뇌물수수를 비롯한 몇 가지 혐의를 적시했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특수강간 혐의는 포함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특수강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진술을 제외하고는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입증할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전 차관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1차 수사팀 관계자들은 조사단 소환 조사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불기소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관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지난 21일 조사단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의미 있는 진술을 하면서 뇌물수수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15년(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이라 처벌할 수 있는 뇌물 액수가 1억 원 이상으로 확인돼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과거 수사축소 의혹과 관련, “(경찰은) 일관되게 당시 수사를 했던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해달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고, (검찰이) 본격적으로 이 부분을 조사한다고 하니까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들을 통해서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