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심판할 후보 돼야” vs “노동자·서민 후보 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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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D-8… 창원성산 현지 민심 르포

강기윤 후보 ‘정권 심판론’과
여영국 후보 ‘서민 후보’팽팽

“공장이고 뭣이고 ‘올스톱’
가게 매출 줄고 집값도 급락
文정부 더이상은 못믿겠다”

“여기는 노동자들이 사는 곳
한국당은 발도 못 붙이게끔
魯정신 이어받은 후보 돼야”

“공장이고 뭣이고 ‘올스톱’이다. 이번엔 꼭 지역 챙기고 경제 챙길 후보로 바까야 한다 아이가.”(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 건어물점 상인 이모(여·51) 씨)

“여기가 어뎁니꺼. 노동자들 사는 뎁니더. 노회찬 지역인데 자유한국당은 발도 못 붙이게 해야지요.”(상남동 거주 회사원 최모(36) 씨)

26일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8일 앞둔 경남 창원시 성산구 민심은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 심판론’과 ‘노동자·서민 후보론’이 맞서는 형국이었다. 전날(25일)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단일 후보로 확정되면서 이번 선거는 여 후보와 강기윤 한국당 후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상황이다. ‘최악’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 지역 경제 상황은 심판론을 내건 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노동계의 아성인 점과 민주당이 지역발전 공약을 동원해 적극 지원에 나선 점 등은 여 후보에게 힘이 되고 있다. 강 후보와 여 후보는 이날 출근 인사부터 장소가 겹쳐 이를 조정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오전 반송시장 앞. 맞은편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김모(여·46) 씨는 “가게 매출은 30% 넘게 줄었고 집값은 1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며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소리는 더는 못 믿겠고, 강 후보가 경제 하나는 잘 살려줄 것 같아 지지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사파동 아파트 입구부터 출근길 인사에 나서며 “이번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송시장에서 과일 장사만 25년을 했다는 김모(58) 씨도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경제는 파탄 나는 데 외국에 나가 북한 문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극심한 경제난이 선거의 주요 변수임을 알 수 있다. 10년째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는 정모(48) 씨도 “탈원전 정책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속도 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실패작”이라며 “지금 정부와 여당이 경제적으로 워낙 잘한 게 없어서 이번 선거는 한국당이 어부지리로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 후보는 지역을 돌며 “노회찬 전 의원의 정신을 이어받아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반송시장에서 여 후보와 맞닥뜨린 지역 주민 김모(28) 씨는 “한국당을 이참에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격려했다. 인근 공단 근로자인 신모(34) 씨는 “여 후보의 당이 비록 소수 정당이라 해도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 하는 데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념과 진영을 떠나 창원성산의 바닥 민심에는 노 전 의원에 대한 향수가 여전했다. 바른미래당 이재환, 민중당 손석형 후보의 득표력과 함께 ‘노회찬 향수’가 이번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남동에 거주하는 간호사 문모(여·29) 씨는 “여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노 전 의원 때문”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활동하는 걸 봐 온 노 전 의원이 안타깝게 가신 걸 생각하면 한 번 더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5) 씨도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노 전 의원을 계속 지지해온 만큼 소신투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용실을 하는 성모(여·57) 씨는 “자신의 소신과 뚜렷한 색깔 없이 ‘노 전 의원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둥 지나간 옛사람을 들먹이며 동정표를 얻으려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창원=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