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1승 15패’ LG-두산 천적관계·SK ‘광주 공포증’ 깨질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된 지난 23일 잠실구장의 만원관중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23일 전국 5개 구장에 11만4028명, 24일엔 10만0312명의 팬이 몰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1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 ‘2019 프로야구’ 관전 포인트

‘KIA→롯데→삼성 먹이사슬’
PS 진출 싸움에 변수되나

두산 출신 LG 주장 김현수
“올핸 두산에 16연승 거둘것”

최고 포수 양의지 품은 NC도
“두산에 받은만큼 돌려주겠다”

SK, 작년 KIA에 11패 열세
김기태 잡을 ‘염갈량’ 사령탑에

‘천적’ 관계를 주목하라.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이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의 흥미를 더욱 돋울 것으로 기대된다. 해마다 특정팀에 유독 강하거나 약한 천적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먹이사슬에 의해 순위 판도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전력 차이가 분명하면서도 특정 팀을 상대로 연승, 혹은 연패가 길게 이어지곤 한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시즌 내내 끌려다니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대표적인 예가 ‘한 지붕 두 가족’인 두산과 LG다. 두 구단은 잠실구장이 ‘공동’ 홈이기에 늘 자존심을 앞세운 기싸움을 펼친다. 두산과 LG는 맞대결할 때만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암묵적인 룰’에 따른다. 맞대결에서 승리한 팀은 경기가 끝난 뒤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라커룸으로 돌아간다. 승자의 권리랄 수 있다. 반면 패한 팀은 조용히 그라운드가 아닌 실내 복도로 이동한다. 두산과 LG의 라커룸은 각각 1루와 3루 뒤쪽에 있다.

그런데 지난해 두산과 LG의 맞대결 결과는 라이벌전답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해 LG에 15승 1패를 거뒀다. 두산은 2017년 9월 10일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 LG전 17연승을 달렸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 특정팀 상대 12연패 이상은 총 9차례 나왔지만, 특정팀에 계속 패하는 불운에서 1년 넘게 벗어나지 못한 팀은 LG가 유일하다. 데이터상에서도 두산이 LG를 압도했다. 지난해 두산의 LG전 팀 평균자책점은 3점대(3.93)였다. 두산의 9개 구단 상대 평균자책점 중 가장 낮았다. 두산의 LG전 팀 타율은 0.340에 이르렀고 팀 장타율(0.531)과 팀 출루율(0.397)의 합인 팀 OPS는 0.928에 달했다.

LG는 지난해 10월 6일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에서 가까스로 두산전 연패를 끊었지만, 정규리그 8위로 순위가 크게 밀려난 뒤였다. LG는 2017년에도 두산을 상대로 6승 1무 9패의 열세였다. LG가 최근 2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두산의 ‘훼방’이다. 올해 두산과 LG의 맞대결은 4월 12일 시작된다. LG는 올해도 두산을 극복하지 못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각오가 남다르다. LG의 주장 김현수는 “올해는 두산에 16연승을 거두겠다”고 공언했다. 두산 출신인 김현수가 약속을 지킨다면, LG와 두산의 올해 순위는 지난해와는 달라질 수 있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두산은 지난해 최상위 ‘포식자’였다. 두산은 지난해 롯데를 13승(3패), 삼성과 NC를 12승(4패)으로 몰아붙였다. 번번이 두산에 덜미를 잡힌 롯데는 지난해 7위, 삼성은 6위, NC는 10위에 그쳐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NC 역시 두산 설욕전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NC는 지난 시즌 뒤 두산에서 자유계약(FA)으로 풀린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데려왔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NC에겐 ‘저승사자’였다. 지난해 양의지의 NC전 타율은 0.409나 됐다. 양의지를 품은 NC는 받은 만큼 두산에 돌려주겠다고 벼르고 있어, 또 다른 라이벌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험난했다. 특히 KIA가 발목을 잡았다. SK는 지난해 KIA에 11패(5승)로 고전했고 광주 원정경기에서 6패(2승)를 헌납했다. SK는 광주에만 가면 맥을 못 춘다. SK는 광주KIA챔피언스필드가 문을 연 2014년 이후 원정경기에서 12승 26패로 부진했다.

SK는 곧 광주 공포증에서 벗어날 것으로 낙관한다. 믿는 구석이 있다. 염경엽 감독이 단장에서 감독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김기태 KIA 감독을 줄곧 괴롭혔다. 둘은 광주충장중-광주제일고 동기동창. 친구로 보낸 세월은 30년이 넘는다. 죽마고우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는 없다. 두 사령탑은 총 50차례 맞대결을 연출했고 염 감독이 36승 14패의 우위를 지키고 있다. 김 감독은 염 감독을 상대할 때 유독 많은 작전을 동원하지만, 대부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염 감독은 김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느긋한 자세로 승리를 낚았다. 이 때문에 “염 감독이 김 감독의 수를 너무 잘 읽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돈다.

염 감독이 더그아웃을 비우자 김 감독이 펄펄 날았다. 염 감독은 2013년 넥센(현 키움)의 지휘봉을 잡았고 2016년 시즌을 마친 뒤 SK 단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김 감독은 2017년과 2018년 넥센에 19승 13패로 앞섰다. 김 감독은 2017년엔 KIA를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염갈량’의 컴백은 김기태, KIA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SK와 KIA의 첫 맞대결은 4월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다.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는 롯데, 삼성, KIA의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 롯데는 KIA에 10승 6패로 강했지만 삼성에 4승 12패로 약했고, 삼성은 롯데에 강했지만 넥센에 5승 11패로 열세였다. 반면 KIA는 지난해 LG에 7승 9패, 삼성과 롯데에 6승 10패로 뒤졌지만 SK에 11승 5패, 넥센에 9승 7패의 우위를 점했고 이를 바탕으로 포스트시즌으로 가는 막차를 탔다. 따라서 롯데, 삼성, KIA가 올해 5강에 들기 위해선 상대전적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게 효과적이다.

야구전문가들은 먹이사슬, 천적 관계 구성의 이유로 심리적인 요인을 꼽는다. 안치용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좋은 기억이 있으면 또다시 좋은 결과가 따라오곤 하지만, 반대로 기를 먼저 뺏기면 또다시 당할 확률이 높다”면서 “투수나 타자나 한 번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계속 꼬이게 되는데, 이것을 풀려고 애쓰다 심리적으로 더 꼬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지난해 성적은 지나간 일이다. 10개 구단 모두 새로운 전력을 구축했기에 올해 성적표는 다르게 나올 것으로 내다보인다. 천적과 먹이사슬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건 빛나는 성적표를 받기 위한 첫걸음이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