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누가 그들에게 ‘특권의식’을 부여했나?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듯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마약, 성(性), 폭행, 권력과의 유착 등 온갖 자극적 키워드가 버무려졌으니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하고, 여론은 SNS라는 매개체를 통해 들끓고 있죠.

이 사건이 더 강한 폭발력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유명 연예인, 그것도 이제 막 30대에 들어서려는 젊은 한류 스타들이 그 사건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죠. 항상 그렇듯 사건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언론과 여론이 해당 사건의 크기와 중요도를 다루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새삼 증명된 셈입니다.

일련의 사건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건 범죄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였습니다. 스스로 “살인만 안 했을 뿐 완전 구속감이다”라는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들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죠. 그 단체 대화방 안에서는 비밀이 지켜진다는 전제 아래 온갖 범죄 행위에 동조하고 희화화하는 ‘그들만의 리그’이자 ‘복마전(伏魔殿)’이었습니다.

그들이 이 같은 비뚤어진 생각을 갖게 된 배경에는 그들의 잘못을 덮어주는 권력과의 유착이 있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더 깊은 심연에는 ‘우리는 이래도 괜찮다’ ‘난 달라’라고 스스로를 추동하는 특권의식이 도사리고 있는데요. 그 기반은 바로 돈과 인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삽니다. 연예인들은 “인기가 높으면 형”이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인기는 해당 연예인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죠. 연예계에서 인기는 곧 돈으로 연결됩니다. 승리가 속한 그룹 빅뱅은 연간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2016년 선정한 ‘글로벌 30세 이하 수입 톱30’에 뽑히기도 했죠.

그들은 남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에 세계를 호령하는 인기를 누리고, 일반인들이 평생 일해도 구경 못 할 돈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그 지명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꼬이죠. 그 결과 부지불식간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특권의식이 움텄고, 결국 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조차 지웠는지 모릅니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가진 배우 이순재 씨는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죠. “연예인에게 특권이 어디 있나? 특권의식은 ‘의식’에 달린 거다. 연예인이란 결국 인기가 필요한 직업이지만, 요새 (인기를 특권으로) 착각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그보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사태를 넘어 인생을 살며 곱씹어볼 만한 일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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