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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28일(木)
불꽃은 순간 사라지지만… 벚꽃은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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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준 ‘벚꽃엔딩’

SBS ‘불타는 청춘’(불청)은 불청객처럼 찾아왔다. 4년 전(2015년 3월 27일 첫 방송) 이맘때였다. “한때 잘나가던 스타들의 궁상스러운 모습을 시청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두 번 혀를 차며 볼 수는 있겠지.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고 지금 ‘불청’은 화요일 저녁의 예능 강자로 순항 중이다. 이번 주말(30일)엔 ‘불청콘서트’도 열린다.

중견 스타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진정한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그러나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중) 친구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인가. 게다가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라니. 그래서 초반엔 ‘청춘을 돌려다오’나 ‘불 꺼진 창’이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이들은 정녕 세월의 야속함을 집단 성토하러 모인 것인가. ‘날 두고 간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찾는가’(산울림 ‘청춘’ 중).

정답던 옛 동산엔 지금 활기가 넘친다. 야전(야외전축) 틀어놓고 막춤 추던 시절의 ‘비너스(Venus)’가 주제곡으로 등장하는 것도 흥겹다. 1970년 빌보드 1위, 가수 이름조차 쇼킹블루(The Shocking Blue)다. ‘난 너의 비너스/ 네 욕망의 불꽃(I’m your Venus I’m your fire at your desire)’. 그 시절 비너스 동산에도 ‘버닝썬’의 유혹이 있었나. ‘산꼭대기 여신이 은빛 불꽃처럼 타올랐지(Goddess on the mountain top/ Was burning like a silver flame)’. 의미도 모르고 따라 불렀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불타는 사랑’(Burning love·1973)도 문신처럼 남아 있다. ‘내가 바로 후끈후끈/불타는 사랑(I’m just a hunk, a hunk of burning love)’.

음악동네에도 불꽃이 피고 불티가 날리고 불씨도 번진다. 그들은 끝없이 불의 역사를 가르쳐준다. ‘사랑의 꽃/ 행복의 꽃/ 생명의 꽃/ 영혼의 꽃/ 나는 타오르는 불꽃 한 송이’(정미조 ‘불꽃’ 중). ‘사랑과 미움을 나는 보았네/ 저 불꽃 속에’(조동진 ‘불꽃’ 중). ‘나의 뜨거운 마음을/ 불같은 나의 마음을/ 다시 태울 수 없을까’(전영록 ‘불티’ 중). ‘텅 빈 내 가슴에 재만 남았네/ 불씨야 불씨야 다시 피어라’(신형원 ‘불씨’ 중).

▲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불청’을 보면서 처음 가졌던 감정은 연민이다. 연민은 ‘내 가슴 속에 들어온 너의 슬픔’이다. 저런 모습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솔직히 가끔 든다. 그들이 누군가. ‘우정의 무대’를 연출할 때 부대마다 요청하는 연예인 명단은 엇비슷했다. 김완선, 강수지, 양수경, 김혜림. 그들을 다시 보는 건 반갑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한때는 라이벌이었고 나이 상관없이 누가 먼저 데뷔했느냐, 누가 더 인기가 있느냐를 따지며 언니 동생의 호칭마저 거북해했던 걸 나는 기억한다. 지금은 어떤가.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그들은 다정하게 걷는다. 세월은 위대하다. 이제 그들은 겸손하다.

내가 청춘을 바친 여의도 MBC 송신탑이 최근 철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당시 동료들은 마치 우리의 청춘이 철거되는 느낌을 받았을지 모른다. 돌이켜본다. 우리는 누구에게 청춘을 바쳤던가. 송신은 신호를 보낸다는 건데 그렇다면 청춘의 수신은 언제 받을 수 있는가.

여의도는 일 년에 두 번 사람들로 붐빈다. 거기에 꽃들이 만발해서다. 봄에는 벚꽃, 가을엔 불꽃으로 타오른다. 벚꽃놀이와 불꽃축제. 둘 다 꽃인데 벚꽃은 자연의 선물이고 불꽃은 문명의 산물이다. 문명은 변신의 귀재지만 자연은 일편단심이다. 그래서 매년 찾아온다. 불꽃은 순간에 사라지지만 벚꽃에 ‘엔딩’은 없다. 오늘은 장범준(사진)의 노래를 찾아들어야겠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중략)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벚꽃엔딩’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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