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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29일(金)
재생 열풍과 킬러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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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도시 재생 열풍이 강하다. 정부가 매년 10조 원을 투입하면서 전국에 도시 재생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사업 규모도 도로 정비, 마을 가꾸기 등 소규모 생활 환경 개선에서부터 미래 도시 경쟁력 확충을 위한 대규모 산업 구조 개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보존과 공동체 활성화라는 가치를 넘어 도시 재생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외부 효과(External effect)’를 발휘하자, 국가적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 거품경제가 터진 일본은 침체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시 재생 사업에 연간 15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재생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지역이 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쇠락한 공업지구였던 11구는 100년이 넘는 주물공장을 미디어아트센터로 재생해 8개월 만에 140만 명이 찾은 명소가 됐다. 템스 강변의 버려진 화력 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재생한 영국의 ‘테이트 모던’은 지난해 590만 명이 찾아와 대영박물관(580만 명)을 제치고, 영국 내 관광명소 입장객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6·25전쟁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쇠락한 달동네를 재생해 지난해 257만 명이 찾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이 재생에 성공한 것은 낡은 공장과 낙후된 피란민 촌, 텅 빈 거리에서 옛 멋을 살리고 보존해 현대적으로 꾸몄기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 가면 다른 곳에는 없는 ‘킬러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파리 11구의 미디어아트센터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에선 빈센트 반 고흐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려한 미술 작품이 디지털 영상으로 확대·재생돼 살아 움직이듯 전시장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운다. 190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미술품과 실험적 작품을 전시한 테이트 모던에선 산업화와 탈산업화 시대의 예술 흥취를 맛볼 수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킬러 콘텐츠는 생텍쥐페리의 소설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다. 부산 남항을 바라보며 콘크리트 경계석에 쓸쓸히 앉아 있는 어린 왕자와 여우 사이에 앉아 인증 샷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선다. 어린 왕자와 여우는 부산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탈산업화 시대의 새마을운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재생 열풍이 거세지만 한편으론 획일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벽화와 지역 특성을 잃은 채 상품성과 대중성에 물든 공예품, 그 맛이 그 맛인 음식 등 재생 도시의 특색과 역사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석유비축기지는 지난 2017년 9월 문화비축기지로 재생되며 도시 재생 성공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개장 초기 1495명에 달했던 하루 평균 이용객이 올해 들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87명으로 줄었다. 한 도시 계획 전문가는 “석유비축기지를 파리처럼 미디어아트센터로 재생했으면 대박이 났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탈산업화 시대에서 도시 경쟁력은 성공적인 재생 사업을 통해 나온다는 말이 있다. 도시 재생 성공 여부는 킬러 콘텐츠에 달려 있다. 그리고 킬러 콘텐츠는 과감한 규제 개혁과 창의성 있는 민간이 사업을 주도할 때 탄생한다.

ybk@
e-mail 유병권 기자 / 정치부 / 부장 유병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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