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멀리… 레이저보다 빛나는 헤드램프 도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라이팅 디자인팀 백승우(오른쪽) 팀장과 최반석 책임연구원이 미래차에 적용될 램프 디자인 이미지를 스케치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 車 첫인상 심는 ‘현대모비스 라이팅 디자인팀’

지난해 국내 최초 시험동 구축
3D 프린터로 시제품 쉽게 완성

상향등 켜도 상대 車엔 빛 차단
스스로 판단 ‘지능형 램프’ 양산

車·보행자와 빛으로 소통 위해
글자·아이콘 담은 램프 개발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7 후미등, K9 전조등, K7 전조등, 싼타페 전조등 (위쪽부터)

헤드램프(전조등)를 자동차의 ‘눈’으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헤드램프가 시야를 밝혀준다는 기능적 의미도 있지만, 자동차 앞면을 사람 얼굴에 비유할 경우 눈에 해당하는 위치에 달려 있는 데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램프는 특히 디자인하기 힘든 부품으로 꼽힌다. 단순히 멋지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온갖 법 조항을 충족하면서 기능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램프는 내부 온도가 200도까지 오르고, 내·외부 온도 차이가 심해 습기에도 강해야 한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별도로 ‘라이팅 디자인 팀’까지 두고 있다.

◇모비스 라이팅 디자인팀 = 지난 3월 28일 경기 용인시 마북동 현대모비스기술연구소 라이팅 디자인팀을 찾았다. 3년 전 ‘램프 디자인팀’으로 출발했는데, 올해 라이팅 디자인팀으로 개명했다. 최근 추세가 단일 부품으로서 램프 디자인을 독립적으로 취급하기보다, 외장 디자인 전체에 녹아드는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기능 면에서도 램프의 역할이 단지 불빛을 비추는 것을 넘어 정보 전달 및 소통(커뮤니케이션) 장치로 확장되는 흐름을 반영했다고 한다.

라이팅 디자인팀의 업무 공간은 첨단 연구소의 ‘컨트롤 룸’ 같으면서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디자인한 램프의 데이터를 시험동에 있는 ‘디자인 모델실’로 보내면, 3D 프린터와 밀링머신(Milling Machine) 등을 이용해 모형을 만들어낸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초 30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로 디자인 모델 시험동을 구축했다. 시험동에는 실차 크기 모형을 점토로 만들 수 있는 클레이 모델 가공기, 분말형 3D 프린터 등 다양한 첨단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500㎜ 이내 크기라면 3D 프린터로 16시간 이내에 플라스틱 모형을 뽑아낼 수 있다. 3D 프린터는 디자인이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시제품을 빨리 만들어보는 데 쓰인다. 중간에 수시로 디자인을 수정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점토를 재료로 축소 모형을 수작업 혹은 밀링 머신으로 만든다. 이를 다시 3D 스캐닝해 수정된 디자인으로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첨단 스마트 램프 = 시험동에서는 개발 단계인 ‘미래형 램프’ 콘셉트 작품도 살펴볼 수 있었다. LED 여러 개를 광원으로 사용해 차례로 불이 들어오는 헤드램프가 있었다. 파란색 세로형 램프로, 전기차 충전 정도를 램프로 나타낼 수 있게 한 것이다. 광섬유 이미지를 형상화한 리어램프 콘셉트도 볼 수 있었다.

라이팅 디자인팀은 이처럼 예전에 없던 새로운 램프도 디자인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는 운전자가 보행자에게 직접 신호를 전달하는 게 어려워진다. 램프를 통해 다른 차나 보행자 등 외부와 소통할 것이라는 게 모비스의 예측이다. 이에 모비스는 자동차 앞뒤에 장착된 특수 디스플레이를 통해 글씨나 아이콘을 표시하거나, 헤드램프로 노면에 특정 신호들을 구현하는 램프를 개발하고 있다. 정차했다가 출발할 때 노면에 그래픽을 표출하고, 자동차가 노면 패턴을 읽어 물웅덩이가 감지되면 경고 표시 문구를 내보낼 수도 있다. 모비스는 이런 개념을 담은 ‘엠비전(M.VISION)’을 공개한 바 있다.

양산 중인 ‘지능형 램프’도 있다.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는 가변형 전조등 시스템(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AFLS)은 차의 속도와 기울기, 운전대 각도, 도로 상황 등에 따라 헤드램프 방향을 상하좌우로 조절해 최적의 조명 상태를 제공한다. 다음 단계는 상향등 자동 제어장치(High Beam Assist·HBA)다. HBA는 상향등으로 주행하다가 차에 장착된 카메라 센서가 전방의 다른 차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하향등으로 전환하고, 차가 없으면 다시 상향등을 켜준다.

최근 개발된 지능형 헤드램프(Adaptive Driving Beam·ADB)는 항상 상향등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방에 차가 있는 부분만 빛을 차단한다.

◇광원의 발전과 램프 디자인 = 1900년대 초반까지 자동차 헤드램프는 가스등이었다. 이어 백열등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가, 1960년대 유리구 안에 텅스텐 필라멘트를 고정하고 할로겐 가스를 넣는 할로겐등이 등장했다.

1990년대 들어 고압방전등이라고도 불리는 HID(High Intensive Discharge)가 나왔다. 필라멘트 없이 전자가 형광물질과 부딪치면서 빛을 내는 방식이다. 이어 LED 사용이 늘고 있다. 할로겐 등보다 5배, HID보다 2배 이상 전력 효율이 우수하며, 오래 간다. 최근에는 OLED(Organic LED) 사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체발광하는 유기화합물에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방식으로, 소비전력이 낮은 데다 LED보다 훨씬 작고 얇게 만들 수 있어 파격적인 디자인도 할 수 있다. 대신 가격이 비싸 차량 적용은 미뤄져 왔는데, 최근 독일 고급차 등에 탑재되고 있다. 레이저도 고급 브랜드의 프리미엄 차종에 한해 조금씩 쓰이고 있다. 레이저의 가시거리는 LED의 2배 수준인 600m에 달한다. 밝기는 LED의 4배 이상이며, 두께 10㎜ 수준의 초슬림 디자인도 가능하게 해 준다. 하지만 아직 상당히 고가이며 외부 온도에 쉽게 영향을 받고, 사용 수명도 길지 않다. 업계에서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레이저 라이크(Laser-Like) LED’를 개발하고 있다.

용인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