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 & Science >“리걸테크 발전위해…AI가 학습할 판결문 공개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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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앤로’ 구태언 변호사

“법에 인공지능(AI) 같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컴퓨터 과학을 리걸테크(Legal Tech)라 합니다. 금융에 IT를 융합한 핀테크(Fintech)의 사촌 격이죠. 핀테크는 로봇어드바이저, 챗봇 등 이미 은행·증권·보험업계 현장에서 상용화됐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기술적응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걸테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아직 지능형 판례검색 등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요. AI 재판을 받아들이기엔 법률가도, 일반인도 준비가 덜 된 게 사실입니다.”

사이버범죄 전담 검사로 일하다가 혁신 로펌 ‘테크앤로(TEK&LAW)’를 창업해 기술법 분야에만 10년 이상 매진해온 구태언(사진)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법무법인 린 부문장으로 옮겨 핀테크·헬스케어·e커머스 등 첨단기술 분야의 융합 법률자문에 응하고 있다. 블록체인법학회 및 공유경제협회 부회장을 맡아 규제혁신 전도사로도 불린다. 구 변호사는 “법률 AI의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자체가 절대 부족하다”며 “대법원 확정판결 외에 1심 등 하급심 판결은 극소수만 공개돼 리걸테크가 원천 봉쇄돼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처럼 모든 판례를 제공하진 못하더라도 전체 판결문의 최소 1% 정도는 공개해야 지능형 사법서비스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말한다. 그는 또 변호사·변리사·세무사 등 직역별 칸막이를 낮추고, 리걸테크 도입이 쉽도록 변호사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AI 변호사, AI 세무사를 따로 개발해야 합니까? IT벤처와 동업하면 법 위반이 되다뇨? 시대착오입니다.”

리걸테크는 갈 길이 멀다. 기술은 곧 완성되지만 인간의 생명, 재산 등 권리 의무를 규정하는 법률에 ‘생각하는 기계’를 투입하려면 제도 및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법률은 말과 문서로 이뤄져 있다.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 언어(자연어 처리)다. 컴퓨터가 음성과 텍스트를 논리적으로 입출력하는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재판 기록도 이미지와 동영상 등 멀티데이터화하는 추세다. AI가 판사·검사·변호사를 돕기 딱 좋은 기술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장벽은 인간에게 있다. 첫째, 법조인이 AI의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 프로 기사(棋士)처럼 AI가 특정 영역에선 인간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믿음이 법률 전문가에 쌓여야 협업(協業)이 시작된다. 둘째, 일반인도 AI가 개입된 수사와 재판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AI와 협업한 법조인의 최종 판단에 동의하는 제도와 인식이 정비되기 전에는 어렵다. 자율주행차 보급에 교통법과 사회윤리의 정비가 선행돼야 하는 이치와 같다. 그래도 민사·특허 등 재산권 중심의 재판과 신탁·등기 등 비송(非訟)사건 중 반복 정형화된 분야는 AI 기술이 비교적 조기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형사(刑事)는 신중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구속-재판-형벌 절차는 인권 침해 우려가 크다. 유일하게 형사재판에 아직 전자소송을 도입하지 못한 이유다. 더욱이 AI 수사관의 알고리즘이 내린 판단이 맞나 틀리나 검증할 기술도 없다. 의료 AI와 더불어, 법률 분야 AI의 도입이 어렵고 더딜 수밖에 없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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