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마을·사람 어우러져…‘올레길 중독’ 늘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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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전성기재단‘50+어워즈’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선정

“제 나이 오십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와서 고향에 낸 올레길로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기쁩니다.”

라이나전성기재단 ‘50+어워즈’ 사회공헌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명숙(사진) 제주올레 이사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재단은 2일 올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50+어워즈는 지난 2017년 라이나생명이 중장년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사회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사회공헌, 생명존중, 창의혁신 등 세 부문으로 나눠 개인과 기업에 총 5억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3D 프린팅 기술로 인체 조직 재생 시스템을 만든 조동우 포항공대 교수가 생명존중상을 수상하며 첨단의료 진단기를 대중화한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창의혁신상을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23 서울 광화문 라이나생명 본사에서 열린다.

심사위원회는 “길과 자연,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제주올레의 철학과 가치 전파를 통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사회공헌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언론인 출신인 서 이사장은 “삶의 에너지가 방전돼 진이 빠져 있을 때 산티아고로 떠났다”며 “그러고는 30년 만에 내가 나고 자란 제주로 돌아와 2007년부터 자연과 마을, 사람이 어우러진 길을 내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제주올레는 현재 425㎞에 26개 코스가 조성돼 있다. 그는 “26개 코스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걷는 방향에 따라 수백 가지로 변주된다”며 “올레길을 걸으며 힐링을 경험한 사람들은 긍정적 ‘중독’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손과 곡괭이로만 길을 내겠다는 원칙을 지키며 그가 12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올레길 자체다. 그는 “지금도 힘들 땐 올레길로 나선다. 걷고 나면 답을 얻는다”며 “또 후원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규슈(九州)와 몽골에도 올레길을 전파한 그는 최근 베트남 람동성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북한에 ‘평화올레’를 내자는 제안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일본에서는 사용료를 받고, 몽골과 베트남은 원조 개념으로 길을 내준다”며 “아버지 고향이 함경북도 주을이고, 어머니는 서귀포 출신이다. 걸어서 아버지 고향에 가는 기적을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이사장에게 “상금 1억 원을 어디에 쓸 계획이냐”고 묻자 “더 많은 사람이 길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길을 개선하는 데 쓰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자원봉사자들 운동화도 사주고, 10여 년 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주려고 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