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美 정찰기들의 ‘한반도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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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미군의 최첨단 특수 정찰기들이 오키나와(沖繩) 가데나(嘉手納) 미공군기지와 경기 평택·오산의 주한미군기지로 집결하고 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도발을 자행하면서 군사 충돌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 2년 남짓 만이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미국 반출 등 북한 핵 시설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탄도미사일 등과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를 요구하는 빅딜 문서를 제시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치명적 위협이 아닌 게 없다. 더구나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거치는 동안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발사는 중지했지만, 개발 움직임이 약화되기는커녕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제2375호가 북한 선박이 공해상에서 물건을 주고받는 환적(換積) 행위를 금지한 후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선박 감시 고삐를 더 바짝 죄는 이유다. 특히 미군은 평택 미 육군 501특수여단 소속 통신 신호 감청 특수정찰기 RC-12X 가드레일을 지난해 하반기 미 본토에서 5대 추가해 2배로 늘렸다. 10대면, 미 육군이 보유한 총 19대의 절반 이상이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3월 7일부터 가데나 기지 제85정찰대 소속 신호감청 정찰기인 RC-135W 리벳조인트와 전략정찰기인 RC-135U 컴뱃센터를 거의 매일 한반도로 보내 24시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미 공군이 단 2대 보유한 컴뱃센터가 수집한 데이터는 미 국방부와 백악관에 직보된다. 3월 초순부터 평택 501정보여단 소속 공중정찰기인 EO-5C 크레이지 호크 4대를 서해상 북한 선박 환적 감시를 위해 투입하고 있다. 3월 30일에는 탄도미사일 궤적 추적을 위해 미 공군 특수 전자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인도양에서 가데나기지로 날아왔다. RC-135 시리즈 3종 세트가 ‘한반도 워치’를 위해 가데나기지로 집결한 것이다. 미국·일본·캐나다·호주에 이어 최근 프랑스도 해상초계기 팰콘-200을 투입, 북한 선박의 불법 활동 감시망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전략 등 대북 외교 협상을 군사전략과 연계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 전략은 철저히 통일전선전술과 연계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한반도 평화 물길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다”며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평화 의지와 선의를 믿고, 대북 제재를 풀고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논리는 불확실한 신념에 근거해 신뢰가 추락하는데도, 이 정책을 비판하면 반평화 세력이란 프레임이 덧씌워진다. 평화-전쟁세력 편 가르기 이분법적 논리다. 1950년대 이후 북한의 대남 침투·국지도발 횟수는 3119회였다. 우리 시대정신은 민족의 생존 근거를 위협하는 북핵이란 위험천만한 무기를 국제 공조와 대화·압박을 병행해 축출하는 것이다. ‘가짜 평화’에 농락당하다간 민족 공멸을 자초할 수 있다.

cs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