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20년 집권, 결국 민심에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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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테플리카 “28일까지 사임”

‘아랍의 봄’에도 불구하고 줄곧 권좌를 지켜왔던 압델 라지즈 부테플리카(82·사진) 알제리 대통령이 재차 불거진 민주화 시위에 굴복해 오는 28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나이에 프랑스에 맞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1999년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경제 발전을 이끌었으나 장기 집권과 높은 실업률,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낀 국민의 반발을 피해가지 못했다.

1일 알제리 국영 APS통신에 따르면 알제리 대통령실은 이날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공식적인 임기가 종료되는 이달 28일까지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사임과 관련된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알제리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상원의장이 대선이 실시될 때까지 최대 90일 동안 대통령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 알제리 시민들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을 압델카데르 벤살라 상원의장이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측근이란 점을 들어 반정부 시위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알제리 인권연맹의 사이드 살히 부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부테플리카의 사임은 중요한 첫 승리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알제리 반정부 시위로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막을 내렸지만 앞서 ‘아랍의 봄’에서 독재정권을 몰아냈던 국가들 대다수가 여전히 정치·경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가정상화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숙제가 남아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알제리 반정부 시위는 청년층 주도로 이뤄졌고 아직 시민사회가 성숙되지 않아 구심점이 떨어진다”며 “야권이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지 않을 경우 군부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2011년 당시 튀니지와 이집트 등에서 정권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그는 군부의 지지와 구심점이 약한 시민사회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