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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03일(水)
‘자사고 폐지’ 文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진보교육감들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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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역 자사고 학부모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에서 교육 당국의 정책을 규탄하는 손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장면. 뉴시스
▲  교육 당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가 ‘자사고 죽이기’ 논란 속에 반발을 사고 있다. 김철경(앞줄 왼쪽 세 번째)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 등 자사고 교장들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이화여고에서 회견을 열고 재지정 평가 거부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지난 3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교장단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자사고 ‘재지정 평가 갈등’

상산고 등 24곳 재평가… 학부모·동문 “학교 선택권 침해” 반발

DJ정부때 수월성교육 위해 도입
文정부는“귀족학교화 초래”인식

평가기준점 5년전보다 대폭 상향
감점항목‘5점 → 12점’으로 늘어

교총“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통보”
서울교육청“폐지반대 명분 없다”


지난 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집단거부에 대한 교육청 입장’을 발표했다. “자사고 측이 평가지표의 부당성 등 명분 없는 주장을 하며 세 차례의 교감회의, 한 번의 교장회의 등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며 “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사고들의 ‘지위’가 연장될 수 없다”고 했다. 일반고로의 강제 전환을 예고한 셈이다.

이 같은 시교육청의 압박 작전은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가 예고했던 기자간담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뤄져 선제적 기선잡기 차원으로 풀이됐다. 교장연합회는 당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성고에서 ‘평가지표 부당성 설명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이틀 전 주말 저녁에 알린 바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연합회가 회견을 하자 시교육청이 곧바로 입장을 내놓았다. 연합회는 이를 두고 1일 간담회에서 “교육청이 ‘자사고 죽이기’를 위한 밀어붙이기식 행보를 계속한다. 평가지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의지가 없는 한 평가 일정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서울 자사고 22곳 중 올해 평가 대상인 13곳은 지난 29일까지 평가보고서를 내야 했지만 거부했다. 초유의 사태다. 서울 13개 학교는 경희·동성·배재·세화·숭문·신일·중동·중앙·하나·한가람·이화여고·이대부고·한대부고다. 시 교육청이 오는 5일까지로 제출 시한을 한 차례 유예했지만, 교장연합회는 다시 평가 거부를 선언했다. 시교육청은 추가 유예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자사고 재지정 교육정책이 강대강(强對强) 평행선을 달리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갈등 상황을 지켜보는 학생, 학부모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자칫 입시 일정까지 줄줄이 차질을 빚을 판이다. 2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전국 자사고 42곳 중 올해 재지정을 위한 평가 대상은 서울 13곳과 경기 안산 동산고, 전주 상산고 등 11곳을 포함해 모두 24곳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보면 각 시·도 교육감은 자사고 운영 성과를 5년마다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강제 취소된 사례는 없다. 왜 이렇게 올해는 갈등이 증폭되고 있을까.

자사고는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고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도입된 ‘자립형 사립고’에서 출발한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다양한 교육 수요 수용 차원에서 자립형 사립고에 학교의 자율성을 광범위하게 확대, 발전시킨 자율형 사립고를 도입했다.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고교 정부 규정을 벗어난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이런 자사고에 엄격한 평가 잣대가 등장하고 일반고로 전환돼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위기감이 강하게 밀어닥치기 시작한 때는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고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뒤다. 자사고가 우수한 1등급 학생을 싹쓸이해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고교 서열화와 특권화 체제를 구축하면서 ‘입시 명문화’ ‘귀족 학교화’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자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올해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 교육부가 과거와는 달리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교육부는 갈등 양상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나 반응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지정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자사고를 가려내기 위해 재지정 기준점을 과거보다 높이고 평가지표를 보완했다. 운영 성과 평가는 학교 운영, 교육과정 운영,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여건, 학교 만족도, 교육청 재량평가 등 6개 영역에 걸쳐 12개 평가항목과 32개 세부 평가지표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다. 총점은 100점 만점으로, 교육부 공통지표 88점, 교육청 재량지표(감점항목) 12점이다. 교육부 권고기준인 70점이 기준점수로, 이에 미달하면 자사고 지위를 잃는다. 전북교육청은 아예 80점으로 올렸다. 전체적으로 5년 전보다 10, 20점 높아졌다. 감점 항목은 2014, 2015년 평가 때의 5점에서 12점으로 늘어났다.

“아예 자사고 폐지를 겨냥한 조치 아니냐”며 무더기 탈락을 우려하면서 반발이 터져 나온 배경이다. 전주 상산고는 지난달 22일 평가보고서를 냈지만 “자사고 평가가 재지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폐쇄를 위한 수순”이라며 학부모, 동문 등의 시위가 이어지는 홍역을 앓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평가지표를 보면 자사고에서 점수를 받기 어려운 사회통합 관련 지표가 100점 만점 중 14점을 차지해 불리하다는 평가다. 동산고도 지난달 22일 평가보고서를 냈지만 정해진 절차에 따랐을 뿐 평가지표를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산고 관계자는 “자체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도 교육청 지표로 점수를 내보니 70점을 넘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울산 유일의 자사고인 현대청운고 관계자는 “규정에 맞춰 자사고 재지정을 받기 위해 성과보고서를 냈지만 탈락할지 몰라 불안하다”며 “자사고로 재지정받지 못하면 학교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 자사고 평가 정책의 ‘바로미터’ 격인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게 법적 정당성, 명분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가 지정취소를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거나, 자사고 고사(枯死) 전략이 아니라는 의미다. 평가 대상 점수 70점은 2014년 평가 때도 기준점으로 적용했고 60점으로 하향됐다가 오히려 ‘봐주기식 평가’ 비판 이후 지난해 충남 삼성고 평가 때 다시 70점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종탁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장은 “자사고 등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하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20%)은 법적 의무사항으로, 교육 기회균등 실천과 사회적 책무 이행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성과 평가에 대한 논란은 교육, 교원단체에서도 가열되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재지정 평가기준점을 5년 전보다 10점, 20점 높여 지난해 말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해 교육법정주의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경균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지정취소 기준점을 높이고 평가항목 및 지표를 변경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자 신뢰원칙의 위반이므로 평가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현 대구교대 사회과교육과(법학 전공) 교수는 “자사고를 천편일률적 잣대를 적용해 평가하고 폐지하는 것은 교육의 자율성·다양성,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학교와 학교 간의 문제를 다시 일반고 안으로 봉합해 버림으로써 자칫 교육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서울 교사노조·전국중등교사 노조 등은 “운영성과평가 거부는 위법이므로 자사고는 즉시 평가에 임해야 한다”고 정반대의 견해를 내놓았다.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와 폐지 잡음은, 교육의 공공성·책무성을 전례 없이 부각시킨 자사고 운영 평가 기준을 내세운 교육 당국과 자율성을 토대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온 자사고가 상호 접점을 모색하기가 녹록지 않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 안산 = 박성훈·전주 = 박팔령 기자
e-mail 이민종 기자 / 산업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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