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선임기자의 정치 카페>산 권력-죽은 권력 ‘너무 다른’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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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정부 장자연·김학의 사건
윤지오 씨 경호특별팀 붙이고
총리까지 나서 신변보호 당부
김학의 사건엔 대대적 수사단

- 現정부 권력형 비리 의혹
신미숙 비서관 ‘봐주기’ 의심
손혜원 투기의혹은 지지부진
“검·경, 산 권력에 무뎌” 비판

과거 정권에서 일어났던 ‘장자연·김학의 사건’과 현 정권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대하는 권력과 검경 수사기관의 태도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산 권력과 죽은 권력의 차이만큼이나 선명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 처리가 편파적으로 흐르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 커지고 권력이 ‘편의주의적 정의론’에 빠져 있다는 의구심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최근 재수사 국면을 맞은 ‘장자연 사건’에 관련한 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윤지오 씨의 신변 위협 경호 요청에 대해 경정급 인사 등 여경 5명으로 구성된 ‘경호 특별팀’을 구성했다. 최고 수준의 경호다. 윤 씨가 경찰의 신속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올린 국민청원이 공개되자 경찰서장과 서울지방경찰청 주요 관계자가 줄줄이 사과한 데 이어 2일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철저한 신변 보호를 당부하기도 했다.

13년 전에 발생했던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최근 검사장 1명과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 평검사 8명으로 구성된 대형 수사단을 발족시켰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뿐 아니라 뇌물과 특수강간 혐의까지도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앞의 사건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제일성으로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과거와 현재를 가리지 않고 권력형 비리사건은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떨어지는 지지율 만회를 위해 ‘적폐 프레임’을 작동시켰다는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살아 있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청와대나 수사당국의 태도는 죽은 권력을 대할 때와는 대조적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변호사 선임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출석을 미뤄 왔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구도심 투기 의혹’이나 김태우·신재민 등 현 정권 내부 비리 폭로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해진 게 권력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자칫 “검경이 산 권력에 약하고 죽은 권력에만 강하다”는 지적을 자초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에서 ‘정부의 편파적인 일 처리 태도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상실을 가져온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정의를 내세워 날을 세우고 불리한 것은 대충 넘어가려 하는 게 바로 적폐”라며 “이런 게 국론 분열을 가져오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강조했다.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