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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04일(木)
영화처럼 강렬한 오프닝 그래픽… SF소설이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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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마출판사 FoP시리즈 눈길

소설 앞부분 그래픽 작품 배치
단순한 삽화나 일러스트 아닌
소설 내용·분위기·주제 담아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시대라는 현실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장르라는 요소가 결합해, 새롭게 관심받고 있는 과학소설(SF) 시장에 그래픽을 결합한 새로운 포맷의 SF 시리즈가 나왔다. 알마출판사의 FoP(Forbidden Planet)시리즈다.

강렬한 영화 오프닝이 관객을 끌어들여 영화 속으로 몰입시키듯 소설 앞부분에 소설을 재해석한 그래픽 작품을 배치했다. 단순한 삽화나 일러스트가 아니라, 소설의 전체 내용, 분위기, 주제 등을 종합해 만든 짧은 한 편의 작품으로 글 없는 그래픽 노블이라고 할 만큼 인상적이다. FoP의 첫 작품으로 일본 연극 연출가 겸 SF 작가인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산책하는 침략자’와 치밀한 세계관과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를 보여온 김보영 작가의 ‘천국보다 성스러운’이다.

‘산책하는 침략자’는 일본의 주요 연극상을 20회 이상 수상한 마에카와의 대표작으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던 작품이다. 인간에게 개념을 빼앗는 외계 생명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쇠락한 바닷가 소도시에 사는 평범한 부부 신지와 나루미. 여름 축제가 한창이 어느 날 신지가 며칠간 행방불명 됐다가 돌아오는데, 나루미의 눈에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다. 한편 도시에서 기이한 사고가 연달아 벌어진다. 오프닝 그래픽은 방탄소년단 멤버 RM의 뮤직 비디오 ‘forever rain’(2018)을 연출한 최재훈 작가의 작품(일러스트)으로 분량은 16쪽. 원작을 재해석해, 개념을 빼앗긴 사람들의 절망과 이를 넘어서는 감동의 세계를 담아냈다.

‘천국보다 성스러운’은 SF에 페미니즘과 소수자 시각을 더한 작품이다. 유난히 노을이 붉은 어느 저녁, 광화문 한복판에 신이 강림한다. 신의 형상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나오는 그 모습 그대로다. 백인, 남성에 이성애자이자 비장애인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던 김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절대자가 차별주의자라면 우리는 그 절대성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이에 대한 모색은 주인공 영희가 서울의 좁은 아파트 부엌 한구석에서 벌이는 다섯 가지 상상으로 풀려 나온다. 이 작품에는 ‘적막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작가’로 불리는 변영근 작가의 오프닝 그래픽이 함께한다. 붉은색 톤으로 신이 태양 같은 빛을 뿜으며 등장한 모습,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적으로 그려냈다. 한편 김 작가와 변 작가의 협업은 책 출간 전에 미술 전시공간에서 먼저 공개돼 호평받기도 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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