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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04일(木)
“臨政 국제승인 못받은 건 서구열강의 戰後구상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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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0년 5월 한국독립당 창당 기념사진. 임정의 김구(오른쪽 네 번째) 주석과 미국의 임정 승인을 위해 노력했던 조소앙(오른쪽 두 번째) 외무부장이 함께했다. 글항아리 제공

- 11일 ‘수립 100주년’ 앞두고 ‘임정, 거절당한 정부’ 출간

26년간 단 한 국가도 승인안해
일제 패망후 귀국도 못한 김구
“정부로 기능하지 않겠다 약속”
미측에 굴욕편지 쓰고서 입국

미국의 戰後구상은 ‘신탁통치’
임정 승인은 신탁 포기하는 꼴
국제승인 위한 임정 노력 불구
美 “통치당국 자격 미비” 일관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올해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리지만, 임정(臨政)은 1919년부터 해방까지 26년간 존재하면서 전 세계 단 한 나라로부터도 승인을 받지 못한 정부였다. 일제 패망 3개월이 넘도록 귀국조차 못 한 임정의 김구 주석은 1945년 11월 19일 앨버트 웨더마이어 주중(駐中) 미군사령관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와 최근까지 충칭(重慶)에 주재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원들이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것과 관련하여 나와 동료들이 공인 자격이 아니라 엄격하게 개인 자격으로 입국이 허락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바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입국하여 집단적으로나 개인 자격으로 행정적,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로서 기능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임정 요원들이 귀국 항공편을 얻기 위해 미군의 요구로 쓰인 굴욕적인 이 편지가 당시 임정의 처지를 말해준다. 3·1운동의 직접적인 결과로 ‘전 국민의 위임을 받아’ 조직된 임정은 왜 처음부터 끝까지 승인받지 못했을까.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번 주 출간된 ‘임정, 거절당한 정부’(글항아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책은 미국, 영국, 중국, 소련, 프랑스의 당시 각종 외교 기밀문서에 담긴 임정에 관한 정책과 언급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교수는 “열강들의 속셈이 각기 차이가 있었지만,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었다”며 “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부터 미국의 전후(戰後) 세계 전략, 특히 구 식민지·종속국에 대한 처리구상은 신탁통치였고, ‘신탁통치’와 ‘임정 승인’은 양립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임정은 간청하다시피 승인에 매달렸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전후 구상을 밀어붙였다.

책에 따르면, 열강들의 승인(recognition)은 임정계 독립운동 노선의 핵심 중 하나였고, 상하이(上海) 시기는 물론이고 특히 충칭 시기의 거의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독립 이후의 대표성을 위해서도 중요했지만, 열강의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위해서도 절실했다.

중국(국민당)은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 1942년 국민당 문건은 “소련과 일본의 전쟁이 임박한 이때 임정 승인을 ‘기정사실’로 하고 선제대응함으로써 친소 소비에트 정권이 등장하는 것을 막자”고 장제스(蔣介石)에게 건의해 그 복심을 읽을 수 있다. 임정을 국제법상 ‘교전국’인 ‘공동 작전단체’로 승인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1944년 장제스는 “임정 승인은 미·영과 보조를 맞추라”고 지시한다. 청일전쟁으로 잃은 동북 3성(省)의 회복과 소련의 남진 견제가 우선이었고, 패권국 미국의 전후 프로그램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영국은 임정 승인이 인도에 대한 식민통치와 연결돼 애초부터 신탁통치 이외의 안은 고려하지 않았다. 1945년 1월 소련 KGB의 전신인 국가안전인민위원부가 작성한 문건은 임정 조직 가운데 조선민족혁명당에는 호의적이었지만, 한국독립당에 대해선 ‘반동 세력’으로 규정했다. 소련은 한반도보다 유럽 쪽이 더 다급했고,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서 미국의 신탁통치안을 찬성했다.

미국의 승인을 얻기 위한 임정의 첫 접촉은 1941년 12월 외무부장 조소앙이 주중 대사 클래런스 고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뤄졌다. 이에 대한 미 국무부의 훈령은 “우리는 지금 한국의 어떤 조직도 ‘승인’하거나, 차후의 한국 승인에 어떻게든 개입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음”으로 돼 있다. 1945년 6월 미 국무부장관 대행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임정에 대한 최종적 입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의 다른 조직들은 통치당국으로서 유엔의 인정을 받는 데 필요한 자격을 현재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미국 외교협회와 국무부 자문위 내부문서 등 방대한 자료에서 확인되듯, 한반도는 처음부터 신탁통치 적용 지역으로 간주됐으며, 임정을 승인하는 것은 신탁통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던 것이다.

이 교수는 “임정에 대한 미·영·중·소 등의 국제법적 불승인은 정치적 측면이 주요인이고, 그 내적 요인만을 보자면 임정의 실력, 특히 군사적 실력에서 찾는 게 맞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보다 본질적인 것은 미국의 전후 구상, 곧 신탁통치안이었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하지만 불승인이 임정을 폄하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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