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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논단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04일(木)
금융사 대주주 ‘규제’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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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모든 사람을 도덕으로 평가하는 나라, 그곳은 한국.” 오구라 기조(小倉紀藏) 일본 교토(京都)대 교수가 저서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쓴 말이다.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장관을 뽑을 때도, 심지어는 기업 경영자를 뽑을 때도 도덕성을 먼저 본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내는 것이다. 금융회사라 해도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요즈음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으로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전과자를 이사 선임에서 배제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 이는 기업에 있어 중요한 게 뭔지 모르는 처사다. 기업에 경영 능력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그런데 경영 문제가 아니라, 소유권 행사까지도 도덕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그것이다.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에 대해 통상 2년을 주기로 적격성을 심사(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계법령 등 위반 여부)해 결격 요건에 해당하면, 그 보유 주식의 10% 이상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 이는 전과자를 차별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데, 이 법률이 시행된 지 2년 만에 심사 대상을 최대주주 및 주요주주 등과 그 특수관계인 및 법인까지 포함시키는 법안들이 몇몇 국회의원 주도로 발의됐다. 특히, 심사 법률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추가해 배임·횡령죄 처벌 전력을 포함시키고, 결격 요건에 해당하면 의결권 제한 외에 주식처분 명령까지 할 수 있게 한다. 금융회사 대주주의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법인 등이 전과자가 되면 그들은 의결권 제한, 주식처분명령 대상이 된다.

알다시피 ‘특수관계인’의 범위는 너무 넓다. 6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등이 100명이 넘는 대가족도 더러 있고, 정확하게 헤아릴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배임·횡령죄는 한국에서만 빈번하게 선고되는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나라마다 다르긴 하나, 외국에서는 진입 시에만 적격성을 심사하고 자금세탁, 테러 관련 범죄 등에만 한정하는 것과 비교해도 지나치다. 임직원의 위법 행위에 대한 양벌 규정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법인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규제 가속화 행보다.

물론, 금융 업종은 다른 업종과 달리 공공성이 높고 위기 발생 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주주에 대한 규제 강화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고 일부 지분만 갖고 있는 친인척의 개인적인 문제가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무슨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가. 법률과 감독기관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 위법행위는 현행법으로 충분히 제재당하고 처벌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국가를 만드는 목적은 개인의 자유·소유권 보호다.(존 로크, ‘통치론’) 범죄자를 두둔하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전과자라고 해도 ‘소유권 절대의 원칙’은 부정될 수 없다. 국회에서 법안 심의 때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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