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랩 Pick’ 금주의 커플 & 스토리>결혼식 직후 아내 외할머니 입원한 요양병원 찾아간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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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아·전우정 부부

“집으로 바로 가는 거 아니었어?”

“잠깐 들렀다 갈 곳이 있어서….”

“거기가 어딘데?”

“믿고 따라와 줘.”

결혼식을 마친 직후 김상아(여·32·사진 오른쪽) 씨는 남편 전우정(31·왼쪽) 씨가 예정에 없던 곳으로 차를 몰아 다소 당황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상아 씨 외할머니가 입원해 있던 요양병원. 우정 씨는 차에서 내려 상아 씨에게 “우리 결혼식에 가장 오고 싶어 하셨을 분한테 너를 데려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아 씨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의 공기를 상아 씨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결혼식 두 달 뒤 상아 씨 외할머니는 눈을 감으셨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소개팅에서다. 상아 씨는 우정 씨를 보자마자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우연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우선, 상아 씨는 자기 회사에서 가장 친한 동료의 친구 남동생이 우정 씨였다는 걸 소개팅 중 알게 됐다. 또 상아 씨 친동생의 친구가 우연히 두 사람의 소개팅 장면을 목격(?)해 친동생에게 실시간 중계를 했다고 한다.

흔히 썸 타는 관계에서 있는 밀고당기기가 두 사람에게 불필요했다. 잴 것도 없다고 생각할 만큼 서로에게 끌렸다. 소개팅 이후 몇 번의 만남을 거쳐 둘은 연애를 시작했다. 사실 당시 두 사람 모두 연애는 결혼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연애를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두 사람은 결혼식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1’이라는 숫자를 좋아해 이듬해 11월 11일 오전 11시 결혼식을 올리기로 계획을 세웠다. 대개 결혼준비를 하며 많이 다툰다고 하지만 둘은 오히려 서로에게 더 끌렸다. 상아 씨는 우정 씨에게, 우정 씨는 상아 씨에게 속으로 ‘이런 사람과 결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키웠다.

결혼식 날, 함께 준비한 가장 완벽한 결혼식이 끝났다. 결혼식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 우정 씨는 집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차를 운전했다. 상아 씨 외할머니가 입원했던 요양병원에 차를 멈춰 세운 우정 씨는 외할머니에게 상아 씨를 선물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정했던 분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결혼식에 못 오게 됐어요. 치매로 기억도 온전치 못했고요. 정말 저(우정)를 예뻐해 주셨는데, (결혼식에) 못 오셔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결혼식 날, 정말 완벽한 하루를 아내에게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아내를 사랑하는, 또 아내가 사랑하는 외할머니에게 아내를 선물한 이유죠.”

그날 상아 씨는 외할머니 앞에서 결혼식 때도 꾹 참은 눈물을 쏟아냈다. 외할머니에게 자신을 데려간 우정 씨가 고마웠다. 평생을 약속한 날, 상아 씨는 다짐했다. ‘이 사람에게 나도 선물 같은 사람이 되기로’.

우정 씨는 늘 그런 식이었다. 상아 씨의 생일날, 우정 씨는 장모님께 편지와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상아 씨를 태어나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우정 씨 편지에, 장모님도 상아 씨도 감동했다. 우정 씨가 사랑하는 대상은 상아 씨뿐 아니라 상아 씨를 중심으로 한 그 주변까지였다.

“둘에서 셋이 돼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날에 남편이 영상편지를 써서 보여줬어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영상을 봤던 것 같아요. 남편 덕분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가 커요. 앞으로는 얼마나 더 행복할까, 이런 기대요. 첫 만남부터 우연이 반복된 건, 저희가 운명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살아가면서 더 커져요. 너는 내 운명!!”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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