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주택 매매거래 급감…대출규제 완화 시급

올 들어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매매 거래 부진과 절벽을 넘어 ‘실종’이라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거래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의 경우 1월 1868건이더니 2월 1576건으로 줄었지요. 또 3월에는1790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습니다. 3개월 동안 5300건도 안 되는 아파트가 거래된 것이죠. 올해 1∼3월 서울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이 같은 매매 거래량 급감은 지난 10년래 사실상 최저 수준이지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이사가 매우 빈번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보다 연간 이사 횟수가 두 배나 많지요. 이사가 많다는 건 그만큼 주택 거래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내 집 마련 수요(소유욕)가 강한 측면도 있지만 살고 싶은 주거, 질 좋은 주택이 부족한 것이 이사 수요를 촉발한다고 볼 수 있지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 주택 매매 거래 감소는 주거의 질 저하라는 의미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국인이 주택 거래를 통해 이사를 가는 이유 대부분이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가는 것이고, 주거 안정을 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주택 거래가 극도로 부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고공행진하는 집값과 각종 부동산 규제, 특히 대출 규제(기존주택 담보액 및 횟수 제한, 대출 신청 시 기존주택 처분 약정, 9억 원 이상 주택 대출 제한 등) 때문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한다는 것은 중산층과 서민 가구 자산의 대부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물림 부자가 아닌 한국인 대부분은 한푼 두푼 모은 종잣돈으로 전세를 얻고, 전셋집에 살면서 돈을 모으고, 대출을 얻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합니다. 이른바 ‘주거사다리’를 잘 타서 집 장만을 하는 것이지요. 또 적은 돈으로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살고 있는 1주택자도 이를 발판으로 돈을 모아 질 좋은 주택(아파트나 단독주택)을 장만해 이사를 갑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상의 무주택자에게 대출 제한은 내 집 마련의 길을 매우 어렵게 하는 일이지요.

주택 매매 거래 시장 침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습니다. 서민들의 질 좋은 내 집 마련의 꿈을 멀어지게 하고 자금 활용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 후방산업인 이사 수요를 감소시켜 소비 침체도 부릅니다.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은 삶의 질을 더 떨어뜨릴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근검절약과 재테크에도 일조하지요. 1주택 이상자라도 주택담보대출을 선별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책당국은 주택거래 활성화가 주거의 질 향상에 일조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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