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산불 예방해 ‘새산새숲’ 유산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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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산림청장

부산 해운대 운봉산 산불을 진화하고 한숨 돌리나 했더니 강원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해 온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봄철에는 대기 중의 습도가 낮고, 가뭄으로 건조하고 바람이 강해서 이번처럼 작은 불씨도 큰 산불로 번질 수 있다.

우리나라 산불은 입산자 실화, 소각 산불에서 시작한다. 최근 10년의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이 연평균 130여 건 발생해 전체 산불의 30%를 차지한다. 주로 3·4월에 집중돼 있고, 농산촌 거주 어르신들이 폐기물을 태우다 산으로 옮아붙는 경우가 많다. 과거엔 산불이 잘 발생하지 않았던 1·2월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계절을 가리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의 산불 경향은 연중화·대형화하고 있으며, 발생 시기도 점차 변하고 있다. 올 초 삼척·양양 산불은 산불 조심 기간이 아닌 1월 초에 발생했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또, 기후변화 등으로 미국, 칠레, 포르투갈 등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이제는 산불 예방과 관리가 국제적인 환경 이슈가 됐다.

이런 산불 조심 기간이면 전국의 산불 담당자들은 날씨를 예의주시하고, 연일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 바짝 긴장하게 된다. 작은 불씨에도 산불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 전국에 동시다발로 산불이 나고 강풍이라도 불면, 대형 산불로 확산될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산불은 사회재난에 속한다. 태풍·홍수·지진·해일 등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난이지만, 산불은 99% 이상이 사람의 부주의로 일어난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조금만 더 주의하고 조심한다면 부주의로 인한 산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한순간의 방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그 피해지를 복구하는 데 적어도 50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또한, 영농 준비를 위해 관행적으로 하는 논·밭두렁과 쓰레기 태우기로 인한 산불이 매년 30%를 차지하는데 근절되지 않고 있어, 불법 소각 단속 강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 산불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숲을 파괴하고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푸른 나무가 우거진 산림은 국민의 노력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해방 이후 우리 산림은 황폐화가 극에 이르렀다. 황폐한 민둥산을 되돌리기 위해 1973년부터 20년간 치산녹화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나무 심기 운동을 펼쳤다. 폐허 같던 산이 푸르게 바뀌면서 목표를 5년이나 앞당겨 1987년에 국토녹화를 끝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우리나라를 유일한 산림녹화 성공국으로 인정했다.

지난해에는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알리면서 남북 산림 협력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전제 아래서 남북 산림 협력은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추진할 수 있는 인도적·환경적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의 빈발로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의 산림녹화 기술로 북한의 산에 나무를 심고 한국의 숲을 국민의 쉼터로 만들기 위한 국민 캠페인인 ‘새산새숲’ 운동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축의 토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황폐했던 산림을 복구하고 가꾸었다면 이제는 소중하게 잘 지켜나가야 할 단계다. 지난 반세기 산림을 가꾸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아래 산불 예방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나아가 산불로부터 소중한 산림 자원을 보존해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남북산림협력의 본보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