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막히고 직원이탈… 인터넷은행 흔들린다

- 출범 2년… 특례법도 적용 못받아 시장 존립 위기

케이뱅크 파견 우리금융 직원
70%가 이달 초에 친정 복귀

잇단 대출중단 자본확충 못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중단돼
내부직원 동요… 법제정 무색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인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특례법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해당 법을 적용받지 못할 처지에 높이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자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출범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탈하는 직원이 속출하는 등 내부 혼란까지 벌어지면서 법 마련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케이뱅크 출범 당시 파견됐던 우리 금융 직원 20명 중 14명(70%)이 복귀를 희망해 이달 초 우리금융으로 돌아갔다. 출범 직전 파견 직원 20명 선발에 1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한 데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지난해 통과됐지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여전히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제때 자본확충을 하지 못해 지난해 12월까지 총 13차례 대출이 중단됐다. 꾸준한 증자로 상황이 나은 편인 카카오뱅크도 최근 인재 영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적용을 위해 신청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중단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내부 직원들의 동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당국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주주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및 추가 조사 진행 등으로 사실상 심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오는 25일 5900억 원 증자를 통해 지분을 34%까지 확대,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었으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향후 수년간 자본금 부족 사태를 겪어야 한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9월 가까스로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법 제정 이유가 현재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확충 부담을 줄여 제대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면서 여당 내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제3 인터넷전문은행, 어떻게 가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자유한국당) 의원은 “애초 특례법 제정할 때 추후 불거질 문제를 위해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은 제외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금융당국에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며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불완전한 입법으로 애초 입법 취지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