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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08일(月)
탈북민 구조 소홀과 국정조사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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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 前 외교통상부 인권대사

중국 국경을 넘어 베트남 중북부 하띤 지역에 진입하다 지난 1일 체포된 탈북민 3명이 제3국에서 한국으로 오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외신은 일말의 희망을 준다. 한때 이들이 중국으로 강제 추방될 경우 지난 2013년 라오스 체류 탈북 청소년 9명과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외교부의 소극적인 대응 때문이다.

이들의 탈북을 주도한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추방되기 전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구조 요청을 했지만 “본부의 지시가 없으면 일 처리가 어려우니 외교부에 먼저 연락하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또, 외교부는 36시간 동안 탈북민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대답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4일 “정부는 관련 사안을 인지하는 대로 주재국 관련 당국을 접촉, 사실관계 확인 및 강제 북송 금지를 요청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이 해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탈북민이 재외공관에 귀순 의사 표시를 하고 지원을 요청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2년에 ‘재외공관에서의 망명자 처리 등에 관한 지침’이 제정됐고, 1996년에 개정됐다. 구체적인 처리 대응 매뉴얼도 재외공관에 마련돼 있다. 지침에 따르면, 귀순 요청시 원칙적으로 ‘전원 수용’하게 돼 있다. 예외적으로 불허할 수 있으나, 이때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급박한 경우 ‘선 조치 후 보고’ 하면 된다. “본부의 지시가 없으면 … 어렵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외교부는 당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지만, 36시간은 외교 일선에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현지에서 신속히 조치할 수 있었다.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는 탈북민을 체포한 부대 지휘관에게서 “이들의 신원을 보증해 줄 사람이 전화하면 한국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전해 듣고 “외교부에 지휘관 휴대전화 번호를 전달했으나 외교부는 즉각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에 따라 북한 주민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한 통치권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한 탈북민은 ‘재외국민’으로 간주된다. 헌법 제2조 2항은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재외국민에 포섭되는 탈북민 보호의 ‘법적’ 의무를 진다. 북한이탈주민법 제4조 2항도 ‘대한민국은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지원 등을 위하여 외교적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탈북민 보호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성실히 다해야 할 의무를 밝히고 있다. 베트남 월경(越境) 탈북민에 대한 대처가 과연 이런 헌법과 법률상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번 사태가 외교부 일부 직원의 매너리즘이나 직무 소홀 탓일 수도 있고, 청와대 방침을 기다리느라 신속히 결정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동기에서 재외공관에 탈북민 수용을 자제하라는 외교 지침이 사전에 내려진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이유가 어떻든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고 탈북민 인권이 침해된 건 분명하다.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요구된다. 차제에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탈북민 보호 외교의 난맥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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