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직전 개폐기 육안점검서 ‘이상무’…野 “한전 예산삭감탓”

강원 산불 1시간17분전 점검
한전 유지·보수예산 삭감영향
1년넘게 광학카메라 진단못해
“육안점검으론 화재예방 한계”

野 “탈원전정책탓 수익성악화
관리 부실 이어져 참사 빚어”
與 “정쟁 눈멀어 황당한 소리”

한국전력이 강원 고성·속초 산불 발생 당일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전신주 개폐기를 육안(肉眼)으로 점검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부실 점검에 따른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이번 화재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한전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예산 삭감 등이 빚어낸 참사라고 주장했다.

한전이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한홍(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3일부터 화재 발생 당일인 4일 오후 6시까지 이틀간 사고 개폐기가 위치한 구간에 대해 ‘건조기 산불예방 순시’ ‘강풍 특별순시’ 등의 명목으로 육안점검을 실시하고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육안점검이 끝난 지 1시간 17분 뒤인 오후 7시 17분 개폐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는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한국당은 “육안점검으로는 화재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이번 산불 발생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날을 세웠다. 윤 의원은 “한전의 지난해(2018년) 개폐기 안전 진단 관련 배전 유지·보수 예산이 전년 대비 22.6%(4203억 원) 급감했다”며 “한전은 특히 예산 삭감 등의 영향으로 개폐기 외관과 내부의 설치 상태를 점검하는 ‘광학카메라 진단’을 2017년 11월 이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은 예산 삭감 이유에 대해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경비절감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채익 의원도 “한전이 실적 악화로 ‘비상경영전략’을 추진하면서 최근 2년 동안 배전 유지·보수 예산을 약 6000억 원 삭감했다”며 “한전이 예산을 줄인 결정적 이유는 바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데, 결국 비용을 줄여 경영난을 해소하려 한 것이 관리 부실로 이어져 이번 산불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정쟁에만 눈이 멀어 강원 산불이 탈원전 때문이라는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또 산불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한 인재라는 허황된 이야기를 비롯해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는데, 이처럼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 제1 야당이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국민 앞에 나온 것이 화재 발생 다음날인 4월 5일 0시 20분인데 이는 화재 발생 5시간 후일 뿐만 아니라 화재 비상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 발령 이후 2시간 반 이후”라며 “(여권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7시간’ 의혹을 제기하며 ‘초 단위로 알리라’고 압박했는데 문 대통령은 어떤 대책을 강구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