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署·유흥업 유착’ 1년전 신고받고도 조사 미적

- 警 ‘바가지 영업 묵인’ 의혹

“경찰 - 업주간 친분설 파다
불법신고해도 모두 풀려나
양측 술마시는 자리 동석도”

작년 진정 들어왔지만 종결
2월 재접수되자 뒤늦게 수사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로 불거진 강남 클럽과 경찰 간 유착 의혹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들이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접대를 받고 이들의 불법 행위를 봐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과거에도 해당 유흥업소 업주와 경찰관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제보가 있었지만 묵살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관악경찰서 소속 형사가 신림동의 한 유흥주점 업주로부터 접대를 받는 등 유착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실명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됐다. 관악경찰서는 당시 유착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 관악경찰서는 “2018년 2월, 현재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관에 대해 비슷한 내용으로 진정이 들어왔던 사실이 있다”면서도 “당시에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감찰 끝에 자체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의혹은 올해 2월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재차 접수되고 나서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처럼 ‘부실 감사’를 벌이는 동안 신림동 일대 주점에서는 의식을 잃은 손님의 카드에서 돈을 찾거나 과도한 술값을 계산하는 수법으로 수백만 원을 가로채는 등 불법 영업이 난무했다.

문화일보가 입수한 신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업주가 만취한 손님에게 “양주를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말하며 술을 권한 뒤 계산할 때 “많이 팔아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최대 수천만 원의 술값 바가지를 씌우는 등 불법 영업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최모(23) 씨 역시 “지난해 12월 신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30만 원 상당의 술을 주문했지만 만취한 틈을 타 종업원이 카드를 몰래 빼내 300만 원이 넘는 돈을 결제해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지만 결국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끝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림동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술값 바가지 영업 등 각종 불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경찰과의 친분을 이용해 신고가 흐지부지된 적이 많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 일대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던 오모(50) 씨는 “업주들이 경찰과의 관계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며 “실제로 경찰관과 유흥업소 업주가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직적인 유착관계는 없었다”면서도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신림동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수차례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뇌물)로 강모 경사 등 2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 경사가 유흥업소와 단속 부서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이희권·정유정·송정은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