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환갑잔치’ 푸대접… 과학이 정치에 더 휘둘리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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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축하받지 못해 아쉬워…
現정부 탈원전 정책에 동력 상실
과학 근거 에너지 정책 재평가를”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앞으로 과학이 정치 구호에 휘둘리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한국이 ‘원전 강국’ 반열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원 60주년을 맞은 9일, 하재주(사진) 전 원자력연구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긴 한숨을 쉬며 이같이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추진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와 논란으로 임기 도중 원장직을 사퇴한 그는 ‘환갑’을 맞은 원자력연구원부터 걱정했다.

하 전 원장은 “생일인데 축하받진 못하고…. 원자력연구원이 (현 정부 정책으로 인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며 “새로운 원장이 미래를 향해 가야 한다. 이번 개원 60주년이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직 시절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해외 석학 초청 등 의욕적으로 행사를 준비했지만, “지금은 동력을 잃어버린 듯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내가 (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과학 기술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과학기술, 원자력 분야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정책이 추진됐으면 한다”며 “그러면 에너지 정책들도 합리적으로 재평가될 것이고, 원자력연구원의 연구 테마도 합리적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보의 진영논리로 시작한 탈원전 정책이 정치적 성격을 띠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원자력 학계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후학들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 전 원장은 “다수가 이미 이탈했고, 남은 학생들은 거리에서 (탈원전 정책 중단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며 “서명운동에 나선 학생들은 ‘그래도 뭔가 바뀌는 게 있겠지’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으며, 불안에 떨고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했지만, 원전 해체나 다른 연구 분야의 원자력은 지속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하 전 원장은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는데 전환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원전 해체 분야도 중요하지만 그 시장이 얼마나 될지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며 “신규 원전 건설 분야와 원전 해체 분야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밸브 등 부품을 만들던 원전 건설 관련 업체들은 해체 분야에서 설 곳이 없다”고 우려했다. 하 전 원장은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서 원전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며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부터 정책이 시작돼야 한다”면서 “‘탈원전’을 못 박아 두고 문제를 해결하려니 해법을 찾지 못하고 계속 꼬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