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액 투자한 회사에 勝訴 판결…헌법재판관 왜 지명했나

문재인 대통령의 김연철·박영선 장관 임명 강행 후폭풍이 시작되는 와중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심각한 결격 사유가 드러났다. 국회는 10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그는 자신과 남편이 거액을 주식 투자한 회사의 재판을 맡아 승소(勝訴) 판결까지 내렸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법관윤리강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셈이고, 공직자윤리법 위반에도 해당될 수 있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주식 투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올바른 공직자라면 삼가는 게 바람직한 만큼 일반 법관 자격도 의문이다. 최고의 권위와 실력으로 신뢰를 받아야 할 헌법재판관에 이런 인사를 문 대통령이 도대체 왜 지명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8년 ‘이테크건설’과 관련된 민사 재판을 담당했다. 그는 당시 이 회사 주식 1432주(2017년 12월 기준 약 1억8286만 원)를 보유한 상태였고, 변호사인 남편도 9200주(약 11억7484만 원)를 보유했다. 법관윤리강령 제6조는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경제적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주식을 매각하든지 재판 회피 신청을 하는 게 옳았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는 그 회사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더욱 놀랍게도 판결을 전후해 이 후보자 부부는 이 회사 주식을 추가 구매했다고 한다. 지명 직전인 지난 3월에도 1448주를 사들였다.

이 정도면 감찰과 수사를 통해 진상과 공직자윤리법의 이해충돌방지 의무(제 2조) 위반 여부를 규명해야 할 수준이다. 이 후보자는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재판이 아니다”고 하지만, 그런 변명으로 넘어갈 수 없다. 이 후보자 부부는 총 35억4886만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성년 두 자녀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49세 여성이라는 ‘다양성’을 고려했을지 모르지만, 심각한 흠결을 가릴 탁월한 장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미 드러난 사실과 정황만으로도 국민 눈높이에서는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다. 당장 자진 사퇴하거나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