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시청자는 ‘봉’이 아니다

SBS 간판 예능 ‘미운우리새끼’가 세 조각 났습니다. 제작진은 지난 7일부터 이 프로그램을 3부로 나눠서 방송하고 있는데요. 총 방송 시간 중 두 차례 쉬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시청자들은 즉각 ‘반대’를 외쳤죠. 즐겁게 보던 프로그램이 중간에 끊기는 건 달갑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번 강제로 광고에 노출되는 것도 못마땅했는데 한 차례 더 조각을 낸다고 하니 불만이 폭발한 거죠.

SBS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강행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광고를 더 유치해 돈을 벌기 위해서죠. 현행법상 지상파는 중간광고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지상파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소위 ‘프리미엄 광고(PCM)’라며 유사 중간광고를 삽입하고 있습니다. 이때도 초창기에 반발이 적잖았지만 이내 안정됐죠. 인기 프로그램에 붙이는 PCM은 타 광고보다 단가도 높으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선호할 수밖에 없죠. SBS는 이번에도 시간이 좀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 믿지 않았을까요?

SBS의 대응은 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시청 패턴이 짧은 호흡으로 변화해 다양한 편성을 시도해보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는데요. 방송사의 광고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에 맞추기 위함이라니, 이런 적반하장이 없습니다.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의 득세로 지상파의 광고 수입이 크게 줄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했다면 얄밉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안타깝게도, SBS의 바람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7일 방송 분량의 전국 시청률은 24%를 기록했죠. 이는 최근 한 달간 최고 기록입니다. ‘미운우리새끼’를 3부 체제로 전환하면 시청자들의 반발로 시청률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죠. 이는 재미있으면 시청자들이 볼 것이고, 결국 시청자들은 방송사의 편성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그들의 신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서서히 오는 편입니다. ‘미운우리새끼’의 3부 체제를 기사로 미리 접한 것이 아니라, 7일 방송을 보며 알게 된 이들도 적지 않죠. ‘미운우리새끼’를 보며 느끼는 광고 피로도가 높아지면 시청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최근 몇몇 출연진의 ‘먹방’에 집중하는 ‘미운우리새끼’에 이미 지친 기색을 보인 시청자들이 SBS의 광고 수익 극대화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적 반응이 점차 증가하고 시청률이 하락한다면 시청 패턴 운운하며 3부 체제를 택한 SBS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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