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장하성 대사와 중국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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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지난 8일 취임한 장하성 주중 한국 대사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 역할과 전략적 소통을 화두로 꺼냈다. 장 대사는 7일 베이징(北京) 도착 일성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 견인해 나가기 위해 중국과 전략적으로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보후이(張泊匯) 홍콩 링난(嶺南)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로 한국이 중국을 비핵화 협상 과정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북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한국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추동하려는 방향 자체는 맞는다. 지난해 3월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네 차례나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마무리되면 곧 평양을 답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이 북핵 해결에 어떤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냐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과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과 대북 제재 완화에 한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중국은 직접 나서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기보다는 미·북 회담의 보조자 역할에 머물렀다. 중국이 이제 비핵화 로드맵과 시간표가 담긴 ‘베이징 프로세스’를 만들어 미·북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이 비핵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따른 제재 완화와 함께 대북 경제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중국식 빅딜’에도 나서야 한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장 대사가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 대북 경제 협력을 모색하자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대사가 중국과의 소통에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70년간 혈맹(血盟)과 밀착, 반목과 불신의 역사를 반복해온 북·중 관계의 특수성이다.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5’에 따르면, 6·25전쟁 때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을 전선에 내보냈고, 그는 전사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은 마오에게 군사 지원을 요청해 허락을 받았으면서도 전쟁 개시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1975년 4월 마오가 베이징을 찾은 김일성에게 이런 말도 했다. “아직도 석유를 못 찾았느냐? 빨리 찾아라. 석유와 원자탄이 제일 중요하다. 그거 두 개만 있으면 어디 가도 큰소리칠 수 있고, 없으면 아무리 잘난 척해도 알아주지 않는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2013년 2월 3차 핵실험까지 4년간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척하면서 대북 경제적 영향력을 한껏 키웠다. 현재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 90%는 이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비핵화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무역협상 타결 후에는 어떤 태도로 나올지 모른다. 중국과의 긴밀한 전략적 소통은 필요하지만, 중국의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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