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끝나가는 ‘문 대통령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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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4·3 선거 政治 충격파 커져
벌써 ‘3대 레임덕’ 조짐 표출
與, 청와대 향한 목소리 높아

골든타임 놓친 後果 참담해
‘反문재인의 시간’ 시작돼
김정은 답방하면 再상승할까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 선거였지만 4·3 선거 결과가 가져다준 정치권의 충격파는 생각보다 크다. 정치가 민심을 먹고 자라듯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불과 9개월여 만에 민심 변화의 폭은 컸다. 국회의원은 물론 기초의원에서조차 당선자를 1명도 못 낸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의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만약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내년 총선은 악몽일 것이다. 100년 집권은커녕 10년 집권도 걱정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체제 이후 회생의 힘을 얻었다. 잘해서라기보다 여권 추락에 따른 반대급부 덕이 크다. 불안한 동거생활을 하던 바른미래당엔 결별의 시간이 닥치고 있다. 이처럼 선거 결과가 각 당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불안감을 느끼는 곳은 여당과 청와대이다. 여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한결같이 “봄날 같은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 한숨을 쉰다. “대통령 지지율 믿고 있다간 큰일 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집권 2년도 안 됐는데, 벌써 레임덕 조짐의 ‘3대 요소’가 다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이하로 내려가면서 당 지지도와 역전될 때, 대통령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없을 때, 여당에서 청와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며 불협화음이 커질 때를 정치권에서는 레임덕 조짐의 유력한 잣대로 본다.

지난 5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41%로 취임 후 최저였다. 대선 득표율 41.08%에 근접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37%다. 문 대통령은 8일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장관(급)이 11명이 됐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 9개월간 10명을 벌써 뛰어넘어 최악 기록을 세웠다. 박 정권이 이런 인사를 할 때마다 ‘적폐·불통 정권’이라고 공격했는데, 그 불명예를 돌려받게 됐다. 앞으로 야당은 더 엄격한 인사 잣대를 들이댈 것이고, 낙마가 두려운 문 대통령은 함부로 인사를 하기 어렵다. 최근 낙마한 2명의 후임을 다시 찾지 못해 김현미 국토교통부·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두 번째 임기’가 거론될 지경이다.

청와대를 향한 여당의 불만도 서서히 터져 나오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5일 “선거 현장 분위기로 보면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과 호소가 많았다”며 “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고 경제·민생 문제에 좀 더 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세계적 족보가 있는 정책”이라던 문 대통령과는 결이 다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상가 투기 사태가 터졌을 때나 장관 후보자 2명 낙마 때도 당이 먼저 청와대에 요구했다. 갈수록 이런 일들은 잦아질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경질 요구가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나올 경우, 당·청 갈등 표면화의 신호로 봐도 된다.

문 대통령은 이 지경에 이른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2년간의 ‘골든타임’을 다 놓쳐버린 후과(後果)가 참담할 지경이다. ‘문재인의 시간’은 끝나가고 ‘반(反)문재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창고에 있던 장자연·김학의 사건을 꺼내 다시 야당 견제를 위한 불쏘시개로 쓰고 싶겠지만 유통 기한이 이미 넘어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제 국민은 냉정하게 문재인 정권의 성과로만 판단한다는 것이 지난 4·3 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현주소다. 이번 선거가 있었던 창원성산은 탈원전으로 타격을 받은 두산중공업이, 통영·고성은 조선업 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성동조선해양이 위치해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허상을 하루라도 빨리 걷어내고 경제 활력을 위한 과감한 조치가 절실하다.

지난 2005년 6월 지지율 추락 등 정치적 위기에 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야당에 대연정을 제시해 난국을 돌파하려 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반발로 실패해 정권의 몰락을 자초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가졌던 절박감과 대타협의 정신은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문재인 판 대연정’ 시도는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상승을 위한 다른 동력도 보이지 않는다. 오는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남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북핵 완전 폐기가 없는 한 대세를 바꾸긴 어렵다. 내리막을 겸허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정국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