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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2일(金)
돈으로 서태평양 장악 나선 中… 美와 패권경쟁 ‘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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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후 70년… 이번엔 美·中 격돌 무대로

솔로몬제도, 中 세력 깊이 침투
이주민 급증 유통업 야금야금
마셜제도, 中서 거액투자 유치

투자액 ‘일대일로’4%뿐이지만
경제규모 작아 정·재계 영향력

美-濠 연결해로 통제권 장악땐
美에 전략적 우위 점할 수 있어
美·濠, 中에 적극적 공동 방어

양국 기싸움 휘말린 국민들은
“간섭말고 그냥두라” 불만 고조


1940년대 초 미국과 일본 간 벌어진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으로 큰 피해를 봤던 서태평양 도서 국가들이 70여 년 만에 다시 열강의 세력다툼 무대로 등장하고 있다. 2차대전 승전 이후 이 지역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에 맞서 중국이 경제력과 노동력 등을 앞세워 서태평양 지역으로의 침투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은밀하면서도 집요한 진출 노력과 이를 막기 위한 미국의 맞대응이 이 지역에 또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강대국 간 틈바구니에 낀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차대전 당시 과달카날전투의 무대로도 유명한 솔로몬제도에서 지난 3일 치러진 총선에서 기존 수교국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체결하는 문제가 핵심 선거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대만의 몇 남지 않은 수교국인 솔로몬제도는 최근 몇 년간 중국 관련 세력이 깊숙이 진출했다. 중국인 이주민이 5000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솔로몬제도 내 물류망을 중국계 인사들이 장악했다. 특히 총선에 출마한 후보 중 상당수가 중국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지원받은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범국가적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솔로몬제도만의 일이 아니다. 역시 2차대전 당시 유명 전적지인 마셜제도에서는 중국계 사업가 캐리 옌이 최근 미국의 핵실험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던 비키니 환초 인근 룽엘랍에 대규모 토지를 임차했다. 옌은 마셜제도 정부에 자신의 기업이 해당 지역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스스로 여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직 정부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옌은 이 같은 계획만으로도 다수의 중국인 투자자에게서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반중국 성향의 힐다 하이네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안이 발의됐으나 하이네 대통령이 가까스로 살아남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투자자들은 또 친미 성향이 강한 멜라네시아연방의 일원인 추크섬 주민들을 구슬려 분리독립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중국군 기지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역시 중국과 미수교국인 팔라우에서는 사비노 아나스타시오 국회의장을 포섭해 함께 호텔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는 로비가 진행되기도 했다. 피지에서는 2006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에 약 2년간 1억6100만 달러의 차관이 제공됐다.

인근 국가인 통가에도 2년간 1억1400만 달러의 투자가 진행됐는데 이로 인한 부채 규모는 통가 국내총생산(GDP)의 43%에 이른다. 중국 측 투자자들은 위성사업체 통가사트의 운영자인 필로레부 공주에게 5000만 달러를 제공하기도 했다. 바누아투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사업에서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보안 관련 우려를 사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시장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실제로 중국이 서태평양 국가들에 투자한 돈은 전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투자한 금액의 4%에 불과하다. 다만 해당 국가들은 경제적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리 크지 않은 투자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각국의 정·재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라 트로베 대학 로위연구소의 아시아 담당 수석국장인 유언 그레이엄은 “서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투자는 사실 중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며 “그러나 해당국들은 국가의 통치권이나 자주권을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서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보다 지역의 군사적 제해권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토, 인구는 작지만 광대한 바다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해 미국에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해역에 대한 접근권, 통제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레이엄 국장은 “특히 이들 섬에 대한 영향력을 얻는다면 미국의 중요한 우방국인 호주와 연결되는 해로에 대한 통제권을 중국이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미국, 호주 등도 적극적으로 ‘서태평양 방어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호주는 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의 롬부럼 해군기지를 확장 및 현대화하고 공동 운영키로 합의했다. 서태평양 중심부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겠다는 의도다. 또 호주는 2년 전 솔로몬제도가 자국 내 통신서비스를 호주 기업에서 화웨이로 바꾸려 하자 호주에서 솔로몬제도까지 해저케이블 매설 비용의 3분의 2를 부담하면서까지 화웨이 진출을 저지하기도 했다.

양측의 대립이 치열해지면서 서태평양 국가 국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미·중 양강의 세력다툼에 말려드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중국의 투자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서민들보다 기득권층 일부에 집중되는 데다 각종 인프라 시설 공사도 중국에서 직접 인부들을 데려와 작업하는 만큼 일자리 증가 효과도 거의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급증하는 중국인의 유입도 원주민들에게 또 다른 불만사항이 되고 있다. 실제 솔로몬제도 총선 당시 후보로 나섰던 조이스 코노필리아는 공약으로 중국 투자자들의 자국 내 시장 진출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코노필리아는 “우리는 더는 다른 나라가 우리를 간섭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냥 내버려 두라”고 주장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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