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골프는 위기를 극복하는 스포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바람 부는 날 자연과 동행하며 즐겁게 라운드를 할 수 있다면, 그는 진정한 골퍼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배구선수 문성민이 소속돼 있는 현대캐피탈이 예상을 뒤엎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한국배구의 대표 공격수 문성민이 있었다. 사실 올해 문성민은 후배 전광인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시즌 내내 백업맨으로 뛰었다. 팬들은 문성민을 외쳤지만, 전술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3차전에서 66.7%의 놀라운 성공률을 보인 문성민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만일 시즌 동안 기용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문제를 일으켰다면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문성민은 “내가 항상 에이스일 순 없다. 웜업존에 있다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나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팀을 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팬들은 이런 문성민의 인품에 더 환호한다. 야구에서 자신이 중심이 아닌 것에 불만을 품고 문제를 일으킨 ‘사건’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문성민의 역할론을 골프에 접목하면 우리가 골프장에서 얼마나 많은 위기와 부딪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골프는 위기를 극복하는 스포츠란 말이 있다. 대부분의 골퍼는 위기가 오면 화를 내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라운드 내내 불만을 토로하고 동반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경주는 “미스 샷을 하거나 위기 때 범한 실패를 되도록 빨리 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골퍼는 자신의 미스 샷과 나쁜 성적에 대해 핑계를 댄다. 캐디가 퍼트 라인을 잘 못 놔서, 볼을 안 봐 줘서, 동반자가 정신없게 해서 등등 불만을 쏟아낸다.

문성민은 올 시즌 선수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주 공격수라는 이미지를 후배에게 내줘야 했으니.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술, 담배, 커피를 멀리하면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활짝 웃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어 ‘위기’에서 첫 글자는 위험의 의미이고 둘째는 기회의 의미”라면서 “위기에서는 위험을 경계해야 하지만 기회가 있음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며 그 안에 기회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남극의 펭귄은 알을 낳기 위해 ‘얼음 배’를 타고 가다가 차가운 물길에 뛰어든다. 물속엔 범고래나 바다표범 같은 천적들이 도사리고 있기에 먼저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먼저 뛰어드는 펭귄이 있다. 그렇게 먼저 뛰어드는 펭귄을 ‘더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문성민의 희생은 나머지 선수들에게 용기와 기적을 안겼다. ‘더 퍼스트 펭귄’인 셈이다. 골프 역시 위기를 잘 극복하는 선수가 최후에 웃을 수 있다. 우리도 ‘더 퍼스트 펭귄’처럼 골프를 한다면 이보다 행복한 골프는 없을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