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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Fifty+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2일(金)
‘까막눈’ 할머니들 3년간 한글 배워 그림일기… 97세 할머니는 일기모음집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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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의 시니어 필자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 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일본의 최고령 데뷔 시인 시바타 도요(1911∼2013)의 시 ‘약해지지 마’이다. 시바타 할머니는 98세에 장례비로 모아둔 100만 엔으로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간해 국내에까지 울림을 줬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860~1961)는 미국의 국민 할머니 화가다. 76세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 즈음 이름을 알렸다. 소박하면서도 유쾌한 색감의 풍속·풍경화로 유명한 할머니는 삶을 돌아본 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추억은 뒤를 돌아보는 거고 희망은 앞을 내다보는 거다. 추억은 오늘이고 희망은 내일이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시바타 할머니, 모지스 할머니는 다른 나라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찬재·안경자 부부의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수오서재)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경험에 뛰어든 나이 든 필자 군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는 몇 년 사이에 뚜렷해진 흐름으로 지난해 97세 이옥남 할머니의 일기 모음집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양철북)이 인기를 끈 데 이어 올해도 몇 권의 인상적인 책이 나왔다. 노년 필자라면 1920년생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대표적이지만 김 교수는 오랫동안 책의 저자였다는 점에서 나이 들어 새로운 땅에 도전하며 등장한 필자들과는 다소 다른 결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순천 할머니 20명의 그림일기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남해의 봄날·왼쪽 사진)가 화제가 됐다. 이들은 2016년부터 순천시 평생학습관에서 한글을 공부해 올해 3년 차 초등과정을 마쳤고, 그 사이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에서 김중석 그림책 작가에게 그림을 배웠다.

그러다 지난해 할머니들의 그림일기가 김 작가의 페이스북에 공개되면서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그림, 담담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글이 많은 이에게 찬사를 받았다. 결국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할머니들의 그림은 서울에서 전시회를 했고 책까지 내게 됐다.

이에 앞서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를 꿈꾸는 이재연(71) 할머니도 첫 그림책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소동·오른쪽)를 냈다. 2016년 일흔이 다 된 나이에 집 근처 도서관 그림동아리에서 선 긋기부터 배우기 시작해 2년여 동안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기억을 담은 그림과 글을 묶었다.

가래떡 뽑던 날, 목화솜 광목 이불, 초가집 참새 잡기, 눈썰매 타는 겨울 놀이,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 처음 본 전차 등 어린 시절 고향 이야기를 풀어낸 60여 편의 그림과 짧은 글을 설날에서 시작해 겨울, 봄, 여름, 가을의 시간순으로 묶었다. 고령화 사회 앞으로 더 많은 필자가 나와 이제까지 빈자리였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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