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장기 협상 원해”

증액·유효기간 쟁점화 가능성
한국차 관세 등 접점 못찾은듯
이란 제재 예외국가 축소 예고

한·미 양국 정상은 11일 열린 회담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비롯해 한국산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 대이란 제재 예외적용 연장 등 동맹 및 경제현안도 논의했다. 하지만 한·미가 회담 뒤 동맹·경제 현안 논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양국 간 이견 차가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 협상에 대해 ‘장기간 논의’ 입장을 밝히면서 올해 하반기 예정된 11차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 간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정 개정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장기간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늘 장기간을 논의하며, 우리는 장기간을 원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한국과의 관계는 대단하고 우리는 오직 한국과 장기간의 관점에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정 유효 기한을 현행 1년보다 더 길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향후 협상에서 한국 측 분담금 총액 증액과 함께 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처음에는 10년의 협정 기간을 주장했다가 막판에 5년으로 거의 합의된 시점에서 다시 1년을 주장한 바 있다.

또 한·미 정상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다 했다”면서 이를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대이란 제재 예외적용 기간 연장에 관한 질문에서도 “하여튼 모든 경제 분야 이야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의 정상회담 결과 발표 내용에는 구체적 협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동맹·경제 현안에 대한 양국 정상 간 논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대이란 제재 예외 연장과 관련해서 “더 이상의 예외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1월) 1차 예외 인정 때 2차 연장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이 갑자기 태도를 확 바꿨다”며 “제재 예외를 안 해주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번 제재 예외 인정에서는 지난번 8개국 예외 인정보다 국가 숫자가 확 줄어들 것”이라며 “만약 제재 예외를 인정받는 국가가 있더라도 제재 예외 물량도 확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 핵 합의(JCPOA) 파기에 따라 지난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오는 5월 3일까지 한국·일본·중국 등 8개국에는 한시적 제재 적용 예외를 인정한 바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