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정세현 “외교수사 가득한 靑설명 보고 ‘성과 없었구나’ 생각”

- 국내 전문가들 회담 평가

신범철 “美, 文아이디어 관련
간접적 지지 표명조차 안해”

전문가들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이 하노이 북핵 담판 결렬 이후의 흐름을 바꿀만한 성과를 도출해내는 데에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봤다. 특히 빅딜 유지 및 대북제재 유지라는 미국의 입장 고수로 인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열리더라도 새로운 전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2일 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우리 정부가 원한 ‘굿 이너프 딜’이든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든 문재인 대통령의 아이디어에 대한 지지 발언은커녕 ‘주목한다’ 수준의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며 “미국은 대북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고, 빅딜을 언급했는가 하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안 된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이면 합의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면 적어도 우리 정부의 ‘굿 이너프 딜’ 등에 대한 미국의 간접적 지지 발언이라도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리 정부가 언급해 온 ‘조기 수확’이나 ‘굿 이너프 딜’ 같은 것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에둘러 ‘지금은 빅딜이다. 부분 제재 해제는 적절치 않다’는 식으로 확고한 반대 뜻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서로 접점을 만들지 못했다”며 “지난번 하노이(미·북 정상회담)가 ‘노딜’이었다면, 이번 워싱턴(한·미 정상회담)도 ‘노딜’”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설명이 끝나고 보니 외교적 수사로만 가득 찼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별로 성과가 없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남북정상회담 개최 계획에 대해서도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끌어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합의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도 서두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도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당 전원회의에서 제재를 통해 압박하는 세력을 적대세력이라고 한 상황인데, 제재 완화 없이 인도적 대북지원 정도로 강경한 북한 입장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전망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