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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2일(金)
‘벽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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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이 센 사람을 무엇이라 하는가? 보통 ‘고집쟁이, 고집통, 고집통이’라 하고, 고집을 피우는 정도가 심하면 ‘옹고집쟁이, 황고집쟁이’라 한다. 고집이 센 사람을 표현하는 말에 이들 말고도 ‘벽창호’가 있다.

‘벽창호’는 고집이 센 사람뿐만 아니라 우둔한 사람을 지시하기도 한다. 또한 완고해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현재 ‘벽창호’는 주로 말이 도통 통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을 지시하지만, “너 참 벽창호구나. 이제 고집 좀 꺾어라”는 문장에서 보듯 ‘고집이 센 사람’을 일차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말은 20세기 초 문헌에서야 발견된다. 사전으로는 ‘큰사전’(1950)에 처음 올라 있으며, ‘벽창우(碧昌牛)’에서 변한 말로 기술돼 있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벽창우’라는 말도 ‘벽창호’와 마찬가지로 20세기 초 문헌에서야 발견된다. 그런데 ‘조선어사전’ 1920년 판과 1938년 판에 올라 있는 것을 보면 당시에 꽤나 익숙한 단어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벽창우’는 본래 ‘평안북도 벽동(碧潼)과 창성(昌城)에서 나는 소’라는 뜻이다. 두 지역에서 나는 소는 크고 억세어 부리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리하여 ‘벽창우’에 고집이 세거나 우둔한 사람, 완고해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비유적 의미로는 ‘벽창우’보다 그 변화형인 ‘벽창호’가 더 일반적으로 쓰인다. ‘벽창호’가 비유적 의미를 담당하게 되자 ‘벽창우’는 그 본래의 의미에 더욱 충실하게 된다.

‘벽창우’가 ‘벽창호’로 바뀐 시기나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 이유는 ‘벽창호(壁窓戶, 벽에 창문 모양을 내고 벽을 친 것)’라는 단어에 이끌렸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빈틈없이 꽉 막힌 ‘벽(壁)’과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의 연상이 ‘벽창우’를 ‘벽창호’로 바꾸게 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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