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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5일(月)
작품 관람하며 마음 치유… 미술관은 또 하나의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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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가츠히로 야마자키가 설계한 몬트리올 미술관의 교육 및 미술치료를 위한 국제아틀리에 건물.
캐나다 ‘몬트리올 미술관’
미술치료 시설 따로 운영
거식증·우울증 개선 입증


미술관을 창조적인 영감을 주거나, 창발적 사고를 가능하도록 해주는 시설이라고 말하지만 여기에 하나를 보태 미술관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병원 같은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하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미술관에 가면 실제로 저절로 운동이 된다. 벽면을 길게 만들어 많은 그림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 보면 밖에서 보았던 것보다 의외로 동선이 길어 제대로 돌아보면 1만 보는 가뿐하게 걷게 된다.

의사들은 늘 운동을 권하지만 미술관에 가라고 하는 경우 그 의미와 의도는 조금 다르다. 이는 몸을 위한 운동이 아닌 정신적인 운동, 아니 휴식이자 요즘 너무 흔하게 쓰여 그 진정성이 많이 퇴색했지만 ‘힐링’을 처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 문화와 예술, 미술과 미술관이 마치 20세기 스포츠나 체육처럼, 21세기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사와 미술관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고 식생활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서 수명이 늘어나고 신체적인 건강도 향상됐다. 하나 반대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심리적, 정서적, 마음의 질병이 많아지고, 치매와 뇌졸중 같은 노인성 질환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가 됐다. 이렇듯 마음이나 정신이 아플 경우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치유하기 위한 대안이자 병원으로 미술관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많은 미술관이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장수사회를 위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있고, 아프지 않고 행복한 장수사회를 위해 다각도로 의학자나 정신분석가, 심리학자 등과 장르를 넘어 연구하고 협업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관 관계자들은 캐나다 퀘벡주에 있는 몬트리올 미술관(MMFA·Montreal Museum of Fine Arts)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몬트리올 미술관은 다른 미술관에는 없는 혁신적인 교육, 건강 및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치료시설, 병원으로서의 미술관을 실험하고 있다.

미술관은 미셸 드 라 첼리에르(Michel de la Cheneliere,1949∼)라는 자선가가 기부해 북미에서 가장 큰 교육 및 미술치료를 위한 시설인 ‘교육 및 미술치료를 위한 국제 아틀리에’(International atelier for education and art therapy)를 운영하고 있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미술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닌 미셸이 2011년 약 34억 원을 기부한 뒤 2015년 약 22억7000만 원을 기부해 문을 연 이곳은 그간 박물관학에서 다루던 미술관의 ‘해야 할 일’을 넘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다시 정의하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아틀리에에서는 의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위해 ‘예술보건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약 1년간 의사의 처방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범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그 효과는 매우 컸다. 거식증을 앓는 젊은 여성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들은 미술관 단체 방문과 그림 그리기 수업이 이들을 사회화하고, 의사소통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우울증을 앓는 심장질환자들에게 미술관 관람과 미술치료는 불안과 우울증을 완화해 주는 것을 임상으로 확인했다. 앞으로 치매 환자들도 미술관에서 이를 약화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실험을 통해 미술관은 다감각적이고 복잡한 인지 활동이 감정적 교감을 수반할 때 훨씬 더 회복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렇게 외국의 미술관은 문화시설을 넘어 치유시설로의 변화를 실험하고 있다. 고령사회를 맞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우리는 아직도 근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많다.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정치도 성장촉진제가 필요하지만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차근차근 압축성장시대의 시스템을 수리해 길게 보며 큰 틀에서 진정한 근대를 완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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