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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정치]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5일(月)
김정은 29년만의 시정연설… ‘국가수반’으로 정상국가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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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영상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시정연설을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가운데 왼쪽부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재룡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 위원장. 연합뉴스
원고지 116매 - 47분 연설
신년사보다 분량 많고 길어
비전 제시하며 권력 공고화

태영호 “1인 권력구조 강화
‘우리’ 대신 ‘나는’ 표현 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90년 이후 29년 만에 우리나라 국회 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에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공개적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설득하는 정상국가의 ‘대중적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잇따른 대중연설과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북한 매체의 신속한 보도 경향까지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의 ‘무오류성’ 신화를 스스로 해체하고 있는 셈이어서 김 위원장의 새로운 ‘정치실험’의 결과가 주목된다.

김일성 주석은 살아생전 매 회기마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국가주석으로서 해야 할 일과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주민들에게 제시했다. 김일성 주석은 1990년 제9기 1차 회의에서 행한 마지막 시정연설에서 조국통일 5대 방침을 천명하는 등 국가 비전 제시의 자리로 삼았다. 김 위원장이 29년 만에 시정연설을 부활시킨 것은 ‘전체 조선 인민의 최고 대표자’라는 호칭을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부여받아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에 올라 수령 지위를 강화한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자신감을 기반으로 대중연설 등 정상국가 지도자의 행보를 보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비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는 김 위원장의 ‘김일성 베끼기’와도 연결돼 있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복장에서도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월 올해 신년사를 발표할 당시 김 위원장은 정장 차림이었지만, 시정연설 발표 복장은 김 주석이 생전에 자주 입던 것과 같은 인민복 차림이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도 14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나는’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는데 북한의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대신 ‘나는’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김일성도 ‘나는’이라는 표현을 당대회 보고서나 시정연설에서 사용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집권 후 첫 시정연설 발표에 대해 “일인 권력 공고화 및 정상국가 이미지를 위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기존에 개인 명의 성격이 강한 ‘신년사’나 노동당 차원의 문서인 ‘결정서’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것과 달리 시정연설은 국가 정상으로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초 발표되는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국정연설), 일본 총리의 시정연설 등이 이와 유사한 사례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부여한 무게감은 원고지 116매 분량, 47분에 달하는 연설 시간에서도 드러났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인 지난 2016년 7차 노동당 당대회(전당대회 격)가 36년 만에 열렸지만, 김 위원장의 당시 개회사는 원고지 25매에 불과했다. 올해 신년사도 원고지 80매 정도였다.

김영주·박준희 기자 everywhere@munhwa.com
e-mail 김영주 기자 / 정치부  김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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