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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주필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5일(月)
문 정권과 ‘지록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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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文정부 2년 ‘不惑 나이’ 됐지만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퇴행 경향
선택적 지각 악화하면 편집증

권력도 움켜쥘수록 빠져나간다
조국 살리려다 정권 다칠 우려
人의 장막 걷고 코드 탈피해야


누구나 자기 생각과 비슷한 얘기를 듣기 좋아한다. 불편한 얘기는 회피하거나 흘려듣거나 기억에서 빨리 지워버린다. 이런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은 본능적이며,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해지면 개인은 편집증 같은 망상으로 흐르고, 조직이나 국가는 극단적이 되어 패망에 이른다. 그런 비극을 피하기 위해 훌륭한 지도자는 탕평 인사를 하고, 일부러 악마의 변호인을 곁에 두기도 한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 5년 중 2년을 보냈다. 백세시대 인생에 대입하면 불혹(不惑)이라는 40세가 된 셈이다. 과격한 열정과 미숙함에서 탈피, 좋든 싫든 현실의 모든 요소를 고려한 종합적 국정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편협한 선택적 지각이 되레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제는 상징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 투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직자, 특히 판사나 검사라면 삼가야 한다. 권력과 돈은 거리를 두는 게 옳다. 부부가 역할 분담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소되진 않는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남편이 거액을 투자한 회사의 재판을 맡아 진행했고, 남편은 자신이 변호하는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 청부(淸富)라 하기 힘들다. 증여세 탈세와 논문 표절 문제도 있다. 불법 여부에 앞서 준법·공인 의식부터 문제다. 이런 의구심을 상쇄하고 최연소 헌법재판관이 될 만한 탁월한 능력도 입증하지 못했다. 후보자는 남편 뒤에 숨고, 남편이 대신 나선 것만으로도 ‘무자격’이다. 해명 내용도 가관이다. 이런데도 집권 세력은 큰소리를 친다. 국민보다 코드가 먼저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워싱턴 방문은 국격에 흠을 남길 정도로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부실했다. 그럼에도 자화자찬이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에 대해서도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모두 궤변이다. 얼버무렸던 남·북·미의 근본적 입장 차가 드러남으로써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는데, 그런 식의 진단은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다. 고장 난 시계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젠가는 시간이 맞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금으로 급여를 주는 가짜 일자리만 급증하고, 소득세를 내는 진짜 일자리는 급감하고 있음에도 고용 개선이라고 우긴다. 미세먼지, 산불 등 문제만 생기면 추가경정예산을 퍼붓는 빌미로 삼는다. 사법부 코드화와 낙하산 인사 폐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노골적이다.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무상 복지를 남발한다.

내로남불 비아냥에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그래도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재임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을 직시하고, 정파보다 국가를 앞세우며, 미래를 설계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현 정권은 반대다. 특권과 반칙의 100년이었다는 황당한 역사관, 자신들만 정의라는 독선에다 여기서 밀리면 레임덕이라는 정치적 계산의 결과일 것이다. 그나마 4·3 선거 패배 뒤 인(人)의 장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찻잔 속 바람이다.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을 살리려다 당과 대통령이 죽게 생겼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음 달 8일 여당 원내대표 선거가 당·청 관계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엔 특정인에 의한 장막이어서 일거에 제거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특정 성향 그룹이 대통령을 적극 호위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 최순실 중심이었다면 이젠 더 많아진 셈이다. 장관도 대통령 독대가 쉽지 않다는 증언이 나오고, 정부 일각에선 비판적 기사들을 스크랩에서 배제하는 위험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권력 핵심에서 선택적 지각이 심해지면 말을 사슴이라고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직언하는 유능한 인사는 떠나거나 배제된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나라도, 권력자도 공멸하는 비극으로 끝났다.

권력도 모래처럼 억지로 움켜쥐면 더 빨리 빠져나간다. 민주 권력은 국민과 코드를 맞출 때만 강해진다. 권력자의 선택적 지각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경제가 어려우면 더 가속된다. 지금이라도 코드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국정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민심의 바다는 변덕스럽다. 권력의 배를 띄우지만 금방 뒤집기도 한다. 이런 자명한 이치를 깨닫고 권력의 투명성과 보편성, 그리고 국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1년 뒤 오늘 총선이 실시된다. 그때쯤이면 후회해도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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