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상회담 제안했지만… 48년간 대화 주도권은 北에 있었다

1971년 공식대화 시작 이래
北시간표 따라 개최되는 구도
이번에도 北의 수용만 기다려

지난 48년간의 남북관계 역사에서 남북대화 주도권을 항상 북한이 쥐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돌파구로 한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 구상이 실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장소·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면서 제안한 남북정상회담 일정도 결국 문 대통령의 의지가 아니라 북한의 대내정치·대외관계 시간표에 맞춰 일방적으로 통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정부 고위급 인사는 16일 “지난 48년간의 남북 대화 역사에서 주도권은 항상 북한이 쥐고 있었다”면서 “1971년 공식적인 대화가 시작된 이래 남북 대화는 남측이 제안을 해도 북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개최될 수 없는 구도로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 이유로 “북한은 자신들이 준비한 시간표에만 맞춰서 대화에 나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1월 전향적인 신년사가 최근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미·북 비핵화 협상 개시도 협상을 할 만큼의 핵 능력을 축적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면서도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라는 전제를 달았던 것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통일부는 북측과 거의 접촉이 끊긴 상태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할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일정을 가늠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조율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북특사 파견 일정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북한의 답변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하면서도 대북특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특사도 우리가 보내고 싶다고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북한이 오라고 해야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외 정세 변화에 따라 북한이 스스로 대화 재개를 결심할 때까지 남북 및 미·북 간 대화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도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어쨌든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장시간을 두고 미국의 자세 변화를 요구한 바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