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멀지만 ‘가까워지는 나라’ 모잠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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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준 駐모잠비크 대사

모잠비크라는 나라가 있다. 필자는 지난해 가을 주(駐)모잠비크 대사로 발령 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넷을 서핑하고 도서관과 서점을 뒤졌는데, 마치 사각지대인 것처럼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당황했다. 모잠비크는 마다가스카르를 마주 보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있으며, 면적은 남한의 8배 정도이고 인구는 약 3000만 명에 이르나, 1975년에야 독립한 신생국으로서 세계적인 빈곤국 가운데 하나다. 처음 눈에 띈 것은 기이한 국토 모양이었다. 15세기 말 바스코 다가마가 인도 항로를 개척하던 중 이 지역 해안을 발견한 것을 연고로 해 포르투갈이 점차 내륙으로 진출한 게 현재 모잠비크의 원형이 된 것이다.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후 모잠비크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 경쟁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등 인접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갈등과 얽히면서 1992년까지 남북 지역 간에 내전을 겪어 참혹한 상황이 됐다. 모잠비크는 지리·경제·문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와는 너무 다른 나라다. 지구 남반부에 속해 계절도 정반대이고, 항공편 이동도 두세 번 경유해 1박 2일이 걸린다. 농업·광업·수산업 등 1차산업 위주인 데다 도로는 좌측 통행이며, 공용어도 영어가 아닌 포르투갈어이고, 종교도 이슬람교, 천주교, 기독교, 토속 신앙 등이 혼재돼 있다.

실제로 모잠비크에서 찾을 수 있는 밝은 면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독립 이후 4명의 대통령이 선출돼 1인 독재국가는 아니라는 점에다, 순박함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인도양을 향한 베란다’로 일컬어질 만큼 아름다운 천연의 해변, 그리고 새우를 비롯한 해산물 요리가 거의 전부였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초대형 사이클론 ‘이다이’로 인해 한국의 부산 격인 베이라시 인프라의 80%가량이 파괴되고 인근의 광범위한 지역이 침수됐다. 피해는 막대해 사망자가 600명이 넘고 가옥 수십만 채가 부서져 200만 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우리 정부가 3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각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으나, 콜레라·말라리아 등 질병이 창궐해 재건 작업이 더디다. 이처럼 이질적이고 어려움이 많은 나라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고 있다. 모잠비크 북부 해양에 세계 매장량 10위권 내의 천연가스전이 발견돼 경제 개발을 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모잠비크 가스전 탐사 단계부터 참여했고, 한국가스공사가 4광구의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삼성중공업이 약 25억 달러에 이르는 해양 플랜트 건설을 수주했으며,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추가적인 해양 및 육상 플랜트 건설과 더불어 1척에 약 2억 달러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도 다수 건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2025년쯤부터는 모잠비크의 천연가스를 국내로 도입할 예정이어서, 우리가 개발·생산하고 수송해 소비하는 가스 주기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스 공급을 보장해 국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다. 천연가스를 매개로 멀고 먼 나라 모잠비크와의 고리가 연결되는 셈이다.

최근 필리프 자신투 뉴시 모잠비크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최초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제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남북 대화와 미·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리와의 관계를 중시하게 되면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모잠비크의 열악한 현실을 도외시할 수도 없다.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가지고 우리나라와 모잠비크 간 우호 협력 기반을 구축해 나갈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