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울타리를 넘어선 K-팝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로 돌아온 방탄소년단이 또 일을 냈습니다.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최종 확정되면 이번이 무려 세 번째 세계 정상입니다. 한두 번이야 ‘깜짝’ 활약이었다 해도 세 번까지 반복된다면 이건 분명한 흐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로 뻗은 K-팝은 이제 우리의 울타리를 벗어난 느낌입니다. K-팝 담당 기자로서 그들이 ‘노는 물’이 달라졌다는 걸 최근 절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나올 때면 해외 동향부터 살핍니다. 해외 유력 매체들의 앨범 리뷰를 찾아보고, 미국 토크쇼에서의 반응을 확인합니다. 지난밤 사이 북미 시장에선 K-팝에 관해 어떤 논평이 있었는지 새벽마다 구글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전엔 신경도 쓰지 않았던 해외 매체와 차트, 방송을 자주 입에 올리게 됐습니다. 국내 예능이나 토크쇼보다는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와 ‘지미 키멜 라이브’, CBS의 ‘제임스 코든쇼’, NBC의 ‘엘런 드제너러스쇼’와 ‘SNL’ 등에 출연하는 일이 잦아졌으니까요.

음원 차트는 또 어떻습니까. 이제 멜론이나 지니뮤직, 가온차트보다 빌보드에 익숙해진 지 오래입니다. 빌보드 안에서도 ‘핫 100’인지, ‘빌보드 200’인지, 팝인지 힙합인지를 자세히 구분하게 됩니다. 전 세계 음원 차트를 말할 때 수시로 아이튠스를 언급하고요. 스트리밍에 관련된 수치를 제시할 때는 미국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를 꺼냅니다.

또 월드 투어란 말도 자주 등장하죠. 이는 다시 공연 장소별로 돔 투어, 스타디움 투어 등으로 나뉩니다. 공연하면 그냥 잠실종합운동장을 떠올리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겁니다. 그리고 어디 이게 미국뿐이겠습니까. 영국의 오피셜 차트, 일본의 오리콘 차트 등 그야말로 ‘글로벌’합니다.

최근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가 부문별 후보자를 발표했습니다. 예상대로 방탄소년단이 ‘톱 소셜 아티스트’와 ‘톱 듀오／그룹’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더군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후보 5개 팀 중 3개 팀이 K-팝 그룹이었다는 점입니다. 엑소(EXO)와 갓세븐(GOT7)도 방탄소년단과 함께 후보에 올랐습니다. 나머지 둘은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와 루이 톰린슨입니다. 이 정도면 이게 빌보드인지 국내 ‘인기가요’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여기에 월드 투어에 나선 여자 아이돌 블랙핑크, 일본 시장을 점령한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의 후배들인 NCT 127과 몬스타엑스 등을 더하면 세계 시장은 너무나 비좁아 보입니다.

cl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