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혐오·배신”… 점점 더 南압박 강도 높이는 北

매체 “관계개선 의지 있나”
남북-한미 사이 택일 강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에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경고한 이후 북한 매체들의 대남 압박과 비난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연일 대남 비난을 쏟아내면서 오는 27일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의 남북 공동 주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북남관계를 개선해나갈 의사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 당국이) 긴밀한 한미공조 유지를 통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적 진전이니, 북미대화 재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중재자, 촉진자 역할이니 하고 횡설수설한 것들을 보면 도대체 남조선당국에 북남관계를 개선해나갈 의사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남조선당국이 취하는 태도는 온 민족의 실망과 혐오를 자아내는 온당치 못한 처사이고, 우리의 아량과 성의를 모독하는 배신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면서 “남조선당국은 이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매체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우리의 거듭되는 충고를 외면하고 계속 외세추종에 매달리면서 북남선언 이행을 회피한다면 스스로 사면초가의 신세를 불러오는 불미스러운 결과밖에 차례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전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남측의 한·미 공조 강화에 대해 “조국통일 위업 실현에 난관”이라고 밝힌 것보다 수위가 더 높아진 셈이다. ‘불미스러운 결과’라는 표현 역시 또 다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전날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파국적 후과에 대해 알아들을 만큼 경종을 울리였다”고 경고한 것보다 더 직설적이다.

이에 따라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이 남측 단독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정부는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를 의미 있게 치른다는 방침이지만, 북측과 이를 위한 협의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남북 정상회담 등 더 큰 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기념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하는 등의 문제는 검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