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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문화 혁신으로 글로벌 1등 굳힌다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8일(木)
“마음껏 실패하라”… 무모한 도전이 ‘세상 바꾸는 기술’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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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 내 ‘C랩 라운지’에서 삼성전자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 팀원들이 과제 운영을 맡은 안은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프로와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② 창의적 인재육성 요람 ‘삼성전자 C랩’

‘5명 1팀’ 1년간 기존업무 제외
6년4개월 247개 아이디어 내놔

루게릭 환자 안구 마우스 개발
1200만원 → 5만원 가격 낮춰
시장성 있는 36개 부문은 창업
170여명 일자리 창출 기여도
“C랩 효과는 돈으로 환산 못해”

혁신기업에 구글 꼽던 직원들
이젠 삼성전사 창의성에 엄지


2012년 6월 삼성전자 사장단은 며칠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를 ‘로드 트립’(자동차 여행)으로 훑고 다녔다. 4000여 개 기업이 운집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전진기지를 둘러볼수록 삼성전자 사장단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왜 한국 기업 중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곳이 나오지 않을까” 라는 고민이 짙어지면서다.

6개월 후인 그해 12월 삼성전자에는 ‘C랩’이란 생소한 조직이 생겼다. 이는 창의적인 문화를 확산하고 실리콘밸리식 혁신 모델을 기존 조직에 접목하기 위해 도입된 사내 벤처프로그램이다. ‘성공 방정식’에만 익숙한 삼성전자였지만 C랩에서만큼은 실패를 독려했다. C랩에 뽑힌 직원은 1년간 기존 업무에서 완전히 빠진 후 삼성전자·서울대 공동 연구소 혹은 경기 수원사업장 내 C랩 공간에서 과제에 몰두했다. 팀 구성, 예산 활용, 일정 관리 등 과제 전반도 팀 내 자율적으로 운영됐다. 1년 후 본인 의사에 따라 스핀오프(분사) 하거나 기존 업무로 복귀할 수도 있다. 이때 과제가 실패했다 해도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 연구소에서 만난 이용희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인사담당 프로는 “C랩은 ‘마음껏 실패하고 도전하라’는 기조 아래 성장해왔다”며 “C랩 자체가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는 “C랩 팀원들이 1년간 겪은 혁신적인 개발 활동은 현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한다”며 “C랩이 처음 생겼을 당시만 해도 직원들에게 혁신적인 기업으로 연상되는 곳을 물으면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국 기업만 답했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창의성에 대한 사내 평가도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 내 ‘C랩 팩토리’에서 이용희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인사 담당 프로가 3D 프린터로 만든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에서 자리 잡을 수 없었던 아이디어들은 C랩에서 재탄생했다. C랩 연구과제 1호는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앓는 환우들의 의사 표현을 도와주는 안구 마우스 ‘아이캔’이었다. 이는 2011년 11월부터 직원 몇 명이 의기투합한 개발 활동에서 시작됐다. 눈 깜박임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여 글씨를 쓸 수 있는 안구 마우스가 1200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듣고 안타까움이 커진 것이 연구 동기였다. 이들은 웹캠과 안경, 배터리 팩 등 간단한 부품으로만 아이캔을 만들었고 가격도 5만 원가량으로 낮췄다. 아이캔은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을 통해 2012년 3월과 2014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중증 장애인들에게 각각 100대씩 무상 보급됐다.

이후 지난 6년 4개월 동안 배출된 C랩 과제는 총 247개다. 이 중 89개 과제는 각 사업부로 이관돼 삼성전자의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녹아들었고, 시장성이 보이는 36개 과제는 분사해 창업했다.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외부에서 새롭게 고용한 인원은 170여 명에 달한다.

이 프로는 “창의적인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C랩을 시작했는데 비즈니스 성과는 덤으로 따라왔다”며 “특히 사회로 나간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혁신 이미지를 제고한 효과는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C랩 조직문화는 유연하고 빠르다. 과제 개발에 주어진 시간은 최대 1년, 팀원은 최대 5명으로 구성된다. ‘간소하고 민첩하게(lean & agile)’란 실리콘밸리식 벤처기업 문화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는 “1년이란 짧은 시간을 제한적으로 주는 것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생각하고 시제품에 빨리 도전해보라는 취지”라며 “인원을 제한한 것도 중복 아이디어가 나오는 등 운영상 단점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랩에서는 아이디어가 고안되면 시제품을 재빨리 만들어 사내 임직원에게 공개하고 현장감 있는 목소리를 바로 반영해 제품을 만들어간다.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도 사용자 검증이다. 안은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과제운영 담당 프로는 “C랩 과제가 시장에서 과연 필요한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인지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수차례 진행한다”며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C랩 페어’에서 개발 중인 제품군과 서비스를 사내 임직원에게 공개하는데 이때 과제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생생한 의견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사장되기 아까운 과제들을 시장성 있게 다듬거나 현업에 적용할 방안도 지원된다. 지난 2016년 분사한 ‘아날로그 플러스’도 초기 아이템과 최종 결과물이 달라진 사례다. 당초 겨울철 스키나 보드를 탈 때 디스플레이가 달린 헬멧으로 음악을 듣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모델을 고안했으나 안전 규정 등으로 사업화하기 힘들었다. 단순 종료될 상황에서 팀원들은 발상을 전환했다. 헬멧에 부착하면 스마트폰과 연동해 통화, 음악 감상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기기 ‘어헤드(Ahead)’를 만들었던 것이다.

때론 착한 기술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눈이 돼주는 소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나 저시력 장애인들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도 C랩의 주요 과제였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제작후원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LG, 롯데, 한화, CJ, 카카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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