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 SK케미칼 前대표 구속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냈다는 의심을 받는 SK케미칼의 홍모 전 대표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홍 전 대표가 구속됨에 따라 안모 애경산업 전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주춤했던 검찰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영장심사를 열고 홍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밤 12시 직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수사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졌다. SK케미칼이 2002∼2011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필러물산에 제조를 의뢰해 납품받은 가습기 살균제를 애경산업이 받아 판매했다.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CMIT, MIT)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홍 전 대표와 함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모 고문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됐다. 반면 함께 구속영장심사를 받은 조모·이모 대표이사에 대해 법원은 “사유와 그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SK케미칼 압수 수색 과정에서 1994년 이모 서울대 교수팀이 작성한 가습기 메이트 원료에 대한 유해성 보고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유해 가능성을 인지했으면서도 추가 실험 없이 제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