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그린 올라간 공 없네?… 분실구 처리 직전 홀안서 찾아 샷이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말용 ㈜오케이골프투어 대표가 지난 3월 중국 하이난의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 코스 마지막 홀에서 180홀 완주를 기념하며 함께했던 중국인 캐디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케이골프투어 제공

윤말용 ㈜오케이골프투어 대표

작년 일본 골프장 파4 18번 홀
180야드 남긴 세컨드샷 잘 맞아
포대그린 올라가 보니 공 사라져
먼저 퍼팅한 동반자 공 2개 꺼내

IT회사 나온 뒤 아내 여행업 돕다
2015년 골프투어 여행사 창업
年 160일 해외출장·100회 라운드
주변서 ‘팔자 좋은 사람’ 부러워해

윤말용(57) ㈜오케이골프투어 대표를 두고 모두가 ‘팔자 좋은 사람’이라며 부러워한다. 윤 대표는 골프가 좋아 골프전문 여행사 대표가 됐다.

이제 여행업계 5년 차인 윤 대표는 여행업에 뛰어들면서 골프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골프고객 모집을 위해 코스를 사전 답사하는 ‘인스펙션’ 행사에는 꼭 참가했기 때문이다. 여행 상품을 만들려면 직접 골프장을 체험해봐야 하기에 지난해에만 160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27차례에 걸쳐 일본, 태국, 중국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슬로베니아, 프랑스, 멕시코, 터키 등 10개국 이상을 다녔다. 해당 골프장이나 국가별 관광청, 해당 국가 협회에서 초대받아 가는 행사였다. 한 곳이라도 더 보려고 하루에 36홀씩 칠 때도 많았다. 이렇게 3년을 열심히 다녔더니 1년 라운드 수가 100회를 넘는다. 윤 대표는 “뒤늦게 적성에 맞는 걸 찾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골프를 처음 배운 것은 2006년부터다. 선배가 운영하던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하면서 골프를 배웠다. 하지만 직장 생활하면서 골프를 드러내놓고 치기 어려웠다. 당시만 해도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던 시절. IT 업종 특성상 기술 변화가 크다 보니 쉽게 폭등하는 회사도 있지만, 도태되는 회사도 많기에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자신에겐 맞지 않는 옷과도 같았다. 첨단을 추구하다 보니 감수성도 달랐다. 정글과도 같다 보니 1등만 살아남는 구조였다. 윤 대표는 “IT 업종이 육식 비즈니스라면 여행업은 초식 비즈니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 끝에 아내 일을 돕기로 했다. 아내는 여행 전문가로 20년 이상 여행사에 근무하다가 2006년 ‘더존투어 여행사’를 창업했다. 윤 대표는 이때부터 짬짬이 아내를 도왔고 2015년 골프를 전문으로 하는 오케이골프투어 여행사를 만들었다.

윤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75타다. 경기 파주 서원힐스골프장에서 다니던 교회 월례회 모임에서 신도들끼리 3팀이 나와 1위를 차지했다. 윤 대표는 이날 첫 70대를 기록해 싱글 패를 받았다. 그 전까지 85타 전후를 치는 편이었던 윤 대표의 기량이 이처럼 늘어난 계기는 ‘비거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여행업계 인스펙션 행사에 참석했다가 현지 프로에게 거리 늘리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거짓말처럼 20야드 이상 늘었다. 윤 대표의 생활도 달라졌다. 아침잠도 많고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골프를 시작한 후 2년 동안은 연습장에 오전 5시 30분에 가서 문이 열리길 기다릴 정도였다. 40대 중반에 투어프로가 된 입지전적인 대학 선배를 만났던 것도 골프를 열심히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윤 대표는 홀인원은 아직 없지만 샷 이글 2개를 작성했다. 골프를 배운 지 3년 정도 됐을 무렵이다. 하나투어 대리점을 경영하던 아내를 대신해 팸투어에 참석했는데 사이판 라오라오베이에서 50야드를 남겨두고 친 샷이 그대로 들어갔다. 또 지난해 일본 가고시마(鹿兒島) 체리골프장 백 티에서 치면서 마지막이던 18번 홀(파 4홀)에서 180야드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갔다. 포대그린이었기에 200야드 정도 22도 유틸리티로 넉넉히 보고 쳤다. 잘 맞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홀로 들어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린에 올라가 보니 공이 사라져 고개를 갸우뚱하며 분실구로 처리하려 했지만, 주머니에 공이 없어 홀에 붙인 일행에게 먼저 홀아웃하도록 했는데 그가 홀에서 공 2개를 꺼내 들었던 것.

윤 대표는 3년 전 중국 하이난(海南)의 미션힐스골프장에서 4박 6일 일정으로 180홀을 완주하는 상품을 내놨다. 지난 3월 180홀 도전자 140명 중 70명 이상을 자신의 여행사를 통해 고객을 모집했다. 윤 대표 역시 고객들과 함께 참가해 벌써 2차례 완주했다. 지난 3월에는 윤 대표의 70세가 넘은 친형님 부부를 비롯해 4형제가 2팀을 이뤄 180홀을 완주해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윤 대표는 “나흘 만에 180홀을 돌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고 골프에 대한 기량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주에 대한 의지”라면서 “중도에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동반자들이 격려하며 끌어주면서 함께 완주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골프 여행업은 겨울이 가장 바쁜 시기. 12월부터 2월까지가 성수기인 반면 11월과 3월은 준성수기, 한국에서 골프 치기에 가장 좋을 때가 골프여행업은 비수기다. 그래서 미션힐스 180홀 도전 상품을 3월부터 11월까지 1팀 이상만 구성되면 운영한다.

윤 대표가 여행업에 뛰어든 이후 직접 골프를 쳐 본 나라는 20개국이 넘는다. 윤 대표는 “겨울이면 2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나가는 한국 골퍼들은 해외 여행업계에서도 ‘큰손’”이라며 “586세대의 퇴직이 늘면서 골프투어는 무제한 라운드가 크게 준 대신 가족끼리 적당한 가격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중국의 미션힐스나 베트남 등지의 리조트를 낀 곳에서 가족과 함께 가 쉬려는 경향이 짙어 휴양을 겸하는 하이퀄리티 상품, 골프 본연의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편이다. 특히 3대가 함께하는 골프투어도 늘었고, 다시 찾는 반복구매가 이어지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가 말하는 골프의 묘미는 인생처럼 실수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표는 “드라이버를 잘못 치면 유틸리티나 우드로 만회할 수 있고, 한 홀 못 쳐도 다음 홀에서 잘하면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다. 18홀의 게임이기에 18번의 기회가 있어 낙담할 이유가 없다. 한 번 잘못해도 털어버리고 다음번에 잘하면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언제든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