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ty+ >운동으로 찾은 ‘젊은 황혼’… 몸짱 할아버지는 쉬지않고 달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대전 서구 도마2동 행정복지센터 건강 사랑방에서 최문순 씨가 헬스 기구를 이용해 건강을 단련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82세 건강전도사 최문순씨

1998년 38년 공직생활 은퇴
20여년간 하루 2시간씩 운동
건강한 어르신대회서 인기상
심폐기능은 ‘마라톤 선수급’
신체 나이는 50대 초반 판정

항상 움직이는 게 건강 철칙
매일 풋고추·호두·우유 섭취
요즘은 오르막 산행 대신 종주
메모 습관은 치매 예방에 좋고
거친 음식·생활이 ‘최고 보약’

내 노후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100세 시대를 맞아 윤택한 노년의 삶을 살기 위한 필수 요소가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다가 죽자는 ‘9988234’라는 말이 술자리 건배사로 유행했지만, 현실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대전에서 알아주는 80대 건강맨으로 손꼽히는 최문순(82·서구 도마동) 씨는 생활 속에서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철저히 실천하는 건강전도사다.

지난 16일 오후 대전 서구 도마2동 행정복지센터 3층 건강 사랑방에서 최 씨를 만났다. 5∼6명의 주민이 헬스기구와 러닝머신을 이용해 운동 삼매경에 빠져 있는 가운데 최연장자인 최 씨가 60㎏짜리 역기를 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으이샤” 하는 기합소리가 이어졌다. 언뜻 봐도 힘줄이 툭툭 솟은 팔뚝의 단단한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80줄에 들어선 노인의 몸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키 167㎝, 몸무게 68㎏으로 배가 약간 나왔을 뿐 전체적으로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다. 윗몸 일으키기, 아령 들기, 스쿼트 등 근력 운동을 쉬지 않고 이어갔다. 대전 중구, 유성구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 1998년 38년간의 공직생활에서 퇴직한 뒤 20여 년간 하루 2시간 헬스장 운동은 최 씨의 일상이 됐다. 산행이나 여행, 농사일 등 다른 일이 없으면 철칙처럼 지켜온 생활습관이다. 옆에서 운동하던 김현구(65) 씨는 최 씨를 향해 “안 지 10년 된 형님인데 근육이 나보다 더 대단하시다”며 “아마 150세까지 사실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씨는 또 “공무원 생활을 해서 그런지 운동뿐 아니고 아는 게 참 많은 분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최 씨는 30세 어린 이곳 50대 여성 회원들에게도 ‘오라버니’로 통한다. 최 씨는 “먼저 퇴직한 선배들이 은퇴 3년만 돼도 병들고 죽는 경우를 많이 봐서 대비책으로 정년 몇 년 전부터 건강 관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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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할아버지로 통하는 최 씨는 대외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지난해 8월 대전시가 개최한 건강한 어르신 선발대회에서 인기상을 차지했다. 최 씨는 “일등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여겼는데 새 신발을 신고 간 게 문제였다”며 “새 신발에 적응이 안 돼서 한쪽 다리로 서서 균형 잡기 종목에서 자꾸 넘어지는 바람에 일등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2015년에도 한 중앙 언론사가 주최한 비슷한 대회에 출전, 평생 입원 경력과 투약 경력이 없는 200명의 어르신이 겨룬 예선에서 10명만 선발된 최종 결선까지 올랐다. 최 씨는 “당시 서울 삼성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심폐기능과 폐활량이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급이고, 신체 나이는 50대 초반이라고 판정받았다”며 자랑했다.

최 씨의 건강 비결을 요약하면 운동, 건강한 먹거리, 등산, 독서, 인간관계다. 매일 한(一)가지씩 좋은 일을 하고, 열(十)사람을 만나며, 백(百)자 쓰고, 천(千)자 읽고, 만(萬)보씩 걷는다는 ‘10진(進) 건강법’도 실천하려 노력한다.

인터뷰를 위해 10분 거리에 있는 자택으로 자리를 옮겼다. 40년 전 마련한 단독주택으로 3남 1녀를 다 출가시키고 4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에도 혼자 살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의 하루 일과와 건강 비결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설명했다. “새벽 5시 30분에 잠에서 깨, 절대 벌떡 일어나지 않고 10분 정도 누워 허리를 전후좌우 회전운동 혀, 얼굴과 두피도 손으로 마사지를 혀, 기지개도 켜고 목 운동도 하고, 귀도 당겨줘. 노인이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가면 (뇌졸중 등 위험 때문에) 큰일 나는겨. 화장실 다녀와서 신문을 정독하고 아침 TV 뉴스도 틀어 밤새 무슨 일이 있는가 봐. 아침 먹고 헬스장에 나가서 1시 넘어까지 운동을 햐. 그리고는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낮잠을 살짝 잔 뒤 읽기, 쓰기 등을 저녁까지 혀. 저녁 먹고 교육방송 세계기행 프로를 꼭 봐. 그리고 뉴스를 보고, 책 읽다 오후 11시쯤 자는겨.”

식생활을 통한 건강 비결도 털어놓았다. “밥은 서리태, 백미, 현미, 보리 네 가지를 섞어서 직접 농사지은 신선 야채와 함께 삼시 세끼 먹어. 비타민이 풍부한 풋고추는 매일 1개씩 꼭 먹어. 담배, 커피, 단 음식, 밀가루, 인스턴트 음식은 일절 안 먹구. 단당류와 짠 음식은 당뇨와 고혈압의 원인인겨. 매일 땅콩 10개, 호두 1개, 날계란 1개, 우유 한 컵은 필수여. 일주일에 2∼3번 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물은 영지, 운지, 쑥, 대추, 인삼을 달여 만든 것으로 충분히 마셔줘.” 소주 2병, 맥주 4병까지 즐기는 애주가지만 요즘은 모임 등에서 막걸리 반 되만 즐긴다.

최 씨는 평생 운전면허 없이 살았다. 대신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신념으로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건강 철칙으로 삼고 있다. 소싯적에는 고교 역전경주에 출전할 정도로 강한 폐활량의 소유자인 그는 그동안 670㎞ 백두대간 종주를 세 번 한 데 이어 전문 산악인들도 어려워하는 낙동·호남·금북·금남·한남·한북정맥을 두루 섭렵했다. ‘1대간 9정맥’을 완주했다. 섬진강 종주길, 금강 둘레길, 대청호 오백리길, 대전 둘레산길도 모두 주파했다. 올해는 영산강 수변길 133㎞ 종주와, 대전 식장산 등정 100회 달성(현재 80회 실시)이 목표다. 하반기에는 북한강 또는 낙동강 수변 종주길에 도전할 계획이다.

최 씨는 “근심이 있어도 산에 오르면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고 해탈의 기쁨까지 느낀다”며 “요즘은 무릎 연골을 관리하기 위해 가파른 오르막 산행 대신 종주를 주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 씨는 지적 열정도 대단하다. 매일 책을 읽고 내용을 필사하는 것이 습관이다. 거실에는 그가 필사한 공책 수십 권이 쌓여 있다. 요즘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귀곡자’를 읽으며 필사하고 있다. 옥편과 영어사전을 필사할 때도 있다. 명언을 발췌해 정리한 노트도 있고, 속담을 정리한 것도 있다. 매일 일기도 쓴다. 수십 년 된 등산일지에는 언제, 누구와, 어느 코스를 다녔는지 모든 정보가 꼼꼼히 기록돼 있다. 최 씨는 “공무원 출신이어서 그런지 꼼꼼하게 모든 정보를 메모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메모와 정리는 치매를 예방하고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최고의 습관”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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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거주하는 손자·손녀의 학자금과 용돈을 지원하기 위해 공무원 연금 일부를 저축하는 것은 그의 큰 낙이다. 요양병원에 들어갈 것에 대비해 정기적금도 꼬박꼬박 넣고 있다. 모임은 고향 친구 4인방 모임과 행정동우회 등 2∼3개만 다닌다. 최 씨는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 “내 말을 앞세우지 않고 남의 말을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후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는 최 씨는 “거친 음식이나 거친 생활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보약”이라며 “말년에 천막을 가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 발명왕 에디슨을 멘토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