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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19일(金)
가문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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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나무’는 높고 추운 곳에서 자라는 상록침엽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설악산, 금강산, 백두산 등지에서 자란다. 특히 백두산에는 가문비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토착종인 ‘가문비나무’를 가리키는 이름이 옛 문헌에 나타나지 않는다. 사전으로는 ‘조선어사전’(1938)에 ‘가문비’로 처음 보인다. ‘국어대사전’(1961)에 와서야 ‘가문비나무’가 ‘가문비’와 함께 올라 있다. 현재 두 단어는 복수 표준어다.

‘가문비’의 어원으로는 ‘假紋榧(가문비)’설, ‘검은 비자나무’설, ‘검은 피(皮)나무’설 등이 있다. ‘假紋榧’설과 ‘검은 비자나무’설은 ‘가문비’의 ‘비’를 ‘비자나무’로 본 것이다. 이는 ‘가문비나무’가 ‘비자나무’처럼 줄기 양쪽으로 바늘 모양 잎이 나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가문비’는 ‘비자나무’와 무관하게 만들어진 말이다. ‘가문비’의 어원은 ‘黑皮木(흑피목)’이란 한자어 명칭을 고려하면 쉽게 풀 수 있다.

‘가문비’의 ‘가문’은 ‘감다(검다)’의 관형사형 ‘가믄’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나무 이름에 ‘黑’을 이용하는 점뿐만 아니라 이 나무의 껍질이 흑갈색을 띠고 있는 점이 중요한 근거가 된다. ‘비’는 한자 ‘皮’일 가능성이 크다. ‘皮’는 ‘피’로 발음하지만 ‘鹿皮(녹비)’에서 보듯 ‘비’로도 발음한다. 우리나라 한자음에서 오늘날 유기음으로 발음되는 것 중 옛날에 무기음으로 발음된 흔적을 보이는 것이 많은데, ‘피(皮)’에 대한 ‘비’도 그런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보면 ‘가문비’는 ‘가믄비(皮)’에서 변한 것이 돼 ‘검은색 껍질’이란 뜻을 띤다.

나무껍질 이름인 ‘가문비’와 ‘나무’가 결합된 어형이 ‘가문비나무’다. 그리고 ‘가문비나무’에서 ‘나무’가 생략된 어형이 나무 이름으로서의 ‘가문비’다. 물론 나무 이름으로서의 ‘가문비’는 나무껍질 이름인 ‘가문비’가 직접 나무 이름으로 바뀐 것일 수도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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