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스펙트럼>완장 버거운가?… 주장들 방망이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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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선임·선수 투표로 선출
코칭스태프 - 선수단 가교 역할
구단 주최 행사 빠짐없이 참석
때론 쓴소리 해야 하는 악역도

강민호 등 타율 2할대로 부진
투수 김상수 평균자책점 5.63
이성열·나성범은 존재감 과시

주장은 중책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주장은 감독이 선임하거나 선수단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 강한 리더십을 갖춘 캡틴은 팀의 무게 중심. 주장이 선봉에 선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고, 단결과 화합을 연출하며 정상에 설 수 있다. 주장은 구체적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또 선수단의 분위기를 이끈다. 그리고 구단이 마련한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는 등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책임감을 지녀야 하고, 때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노동강도’가 세다 보니 주장 직책을 고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 주장은 두 부류로 나뉜다. 이재원(SK), 오재원(두산), 이성열(한화), 김주찬(KIA)은 지난해에 이어 연임됐고 김상수(키움), 강민호(삼성), 손아섭(롯데), 김현수(LG), 유한준(KT), 나성범(NC)은 생애 처음 주장 완장을 찼다.

주장은 리더. ‘목’에 힘을 주려면 성적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올해 주장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나성범과 이성열을 제외하면 모두 2할대 타율 등 부진하다. 특히 오재원은 타율 0.161에 그쳤고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승리 스캔들’에 얽히면서 올 시즌을 악몽과 함께 시작했다. 김현수는 18일까지 타율 0.299지만, 장타율은 0.351이다. 아직 홈런이 없다. 김현수라는 네임밸류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 지난해 같은 기간 김현수는 0.312와 5홈런을 날렸다. 삼성의 ‘안방마님’ 강민호도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타율 0.208. 최근 6경기에선 23차례 타격 기회에서 2안타에 그쳤다.

올해 주장 중 유일한 투수인 김상수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올해 10경기에서 4홀드를 확보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63이나 된다. 피안타율은 0.395이고, WHIP(이닝당출루허용률) 역시 2.25로 좋지 않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이성열과 나성범은 다르다. 둘 다 위기는 있었다. 이성열은 이번 달 초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16일 복귀했고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17∼18일 KT와의 원정경기에선 10타수 4안타 3타점을 날렸다. 안타 4개는 2루타 3개와 홈런 1개 등 모두 큼지막한 장타였다. 이성열은 시즌 성적은 타율 0.368, 5홈런 14타점, 15득점이다. 나성범은 내복사근을 다쳐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지난 4일 복귀한 뒤 타율 0.362, 2홈런, 6타점, 8득점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결승타는 벌써 2개나 된다.

NC 팬들은 나성범이 ‘NC 주장의 저주’를 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C 주장은 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7년 박석민과 2018년 손시헌이 대표적인 예. 박석민은 2017년 10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5이었다. 풀타임 1군 멤버로 자리 잡은 2008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손시헌도 지난해 잔부상에 시달리며 67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188에 머물렀다. 나성범은 “주장이 되면 개인 성적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면서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 동료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 오히려 힘이 난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